흡연이 췌장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미시간대학교 로겔 암센터 연구팀이 그 과학적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흡연자가 단순히 췌장암에 더 잘 걸릴 뿐만 아니라, 일단 병에 걸리면 더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쁜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Cancer Discovery에 게재되며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먼저 췌장암이 발생한 실험용 쥐에게 담배와 환경 독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화학 물질을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면역세포가 화학 물질과 결합할 때 인터루킨-22(IL-22)라는 단백질을 분비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IL-22는 췌장 종양의 미세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이 단백질이 종양 성장과 전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실제로 화학 물질에 노출된 쥐에서는 종양이 급격히 커지고 전신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면역 체계와의 상호작용이다. 연구팀은 면역 세포가 없는 쥐에서는 화학 물질이 종양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발암 물질이 단순히 세포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면역 시스템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추가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IL-22가 조절 T세포(Treg)라는 면역 세포의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절 T세포는 본래 자가면역 질환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췌장암에서는 항암 면역 반응을 강력하게 차단해 종양의 성장을 돕는 이중적 기능을 보였다.
실험적으로 쥐에서 조절 T세포를 제거하자, 담배 화학 물질의 종양 성장 효과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IL-22와 T세포가 췌장암의 주요 촉진자로 작용한다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사람의 면역 세포와 췌장암 환자의 조직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확인했다. 흡연자의 췌장암 조직에서는 비흡연자에 비해 조절 T세포가 현저히 많았고, 이는 흡연이 췌장암 환자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면역학적 근거로 작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