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이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에게 어떤 생물학적 함정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 심리학과 파멜라 킬(Pamela Keel)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여성의 폭식행동 이면에는 체중 감량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Psychological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의 핵심은 ‘체중 억제(weight suppression)’라는 개념이다. 이는 개인의 최고 체중과 현재 체중 간의 차이를 의미하며, 단순히 현재 몸무게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신체의 생리적 스트레스를 설명해주는 지표다. 연구팀은 체중 억제가 클수록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렙틴(leptin)과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의 수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돼 뇌에 에너지 상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GLP-1은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어 포만감을 유도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GLP-1 반응이 낮을수록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이로 인해 폭식의 정도가 심화된다는 경로가 관찰됐다. 킬 교수는 “심리적으로는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에 따라 체중을 유지하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저항이 생긴다”며 “이런 상황은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