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 피임약과 간암 위험 간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지만,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와 체계적 고찰 결과는 경구 피임약 사용이 간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 간암은 암 관련 사망 원인 중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특히 간세포암과 간내담관암이 주요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에서 간암 발생률이 여성보다 2~3배 높지만,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 음주, 흡연 같은 위험 요인만으로는 그 차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호르몬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컸다. 경구 피임약에 포함된 여성 호르몬이 간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심은 1970년대부터 제기되었으며, 특히 피임약 사용과 양성 간 종양의 악성 전환 가능성에 관한 보고가 그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1999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비감염성 바이러스 상태에서 경구 피임약이 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는 주로 사례-대조군 연구에 의존한 결과였다. 이러한 연구는 회상 편향과 같은 한계가 존재해, 최근에는 충분한 전향적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평가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시행된 두 개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가 주목받았다. 백만 여성 연구(MWS)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한 이번 분석에서는 각각 130만 명과 25만 명이 넘는 여성이 경구 피임약 사용 여부를 포함한 건강 정보를 제공했으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암 등록 정보와 연계해 간암 발생을 추적했다.
통계 분석은 연령, 음주, 흡연, 당뇨병, 체질량지수, 폐경 호르몬 요법 사용 등 다양한 교란 요인을 조정한 결과, 경구 피임약 사용과 간암 위험 사이에 유의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백만 여성 연구에서는 위험비가 1.05로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고, 영국 바이오뱅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간세포암과 간내담관암에 대한 개별 분석 역시 두 코호트에서 모두 경구 피임약과 간암 위험 증가의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장기간 사용한 경우에도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