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끝나고 병원 나오면 몸보다 감정이 먼저 닳아 있는 느낌이 듭니다. 환자랑 보호자 앞에선 버티는데 혼자 엘리베이터 타면 방금 무슨 말 했는지도 잘 기억 안 날 때가 있어요.
계속 바쁜 게 아니라 계속 쫓기는 기분만 남고, 실수할까 긴장한 채로 하루를 버팁니다. 집에 가도 그게 안 풀려서 누워 있어도 호출음 들리는 것 같고요.
요즘 제일 무서운 건 힘든 것보다 이 상태에 익숙해지는 쪽인 듯합니다. 너무 지치면 그냥 기능적으로만 움직이게 돼서 좀 걱정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