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동이 좀 바빴습니다. 원래도 내과가 한가한 곳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번 주는 낮에도 정신없고 밤에도 계속 호출이 이어지더라고요. 새벽 3시쯤 되면 몸은 이미 한계인데, 그 시간부터는 이상하게 사소한 일도 더 크게 느껴집니다. 모니터 알람 소리, 보호자 발걸음, 간호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부르는 목소리까지 다 또렷하게 들려서 괜히 더 예민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며칠 전 당직 때도 비슷했습니다. 응급실에서 올라오는 환자 보고, 병동에서 열 나는 분 다시 보고, 검사 결과 확인하다가 겨우 의자에 앉았는데 고령 환자 한 분이 잠을 못 주무시고 계속 불안해하셨습니다. 수치나 처치도 중요하지만, 그분은 본인이 지금 얼마나 안 좋은 건지보다 “내가 민폐 끼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더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 들으면 좀 묘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늘 하던 일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 밤 하나가 되게 길고 무서울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몇 마디 더 설명드리고, 바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덜 불안하시게 해드리려고 좀 더 머물렀습니다.

그 뒤로 잠깐 짬 나서 커피 한 잔 마셨는데, 정작 힘들었던 건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저런 장면이 머리에 남는 거였습니다. 전공의 하다 보면 무뎌져야 버틴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완전히 무뎌지는 게 좋은 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신경 쓰이니까 한 번 더 보게 되고, 설명도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서요. 대신 그렇게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집에 가서도 바로 잠이 안 옵니다. 씻고 누워도 방금 전 병동 장면이 계속 지나가더라고요.

다들 이런 건 어떻게 털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은 당직 다음날 푹 자는 걸로도 잘 정리가 안 될 때가 있네요. 일 자체는 익숙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 상대하면서 남는 감정은 또 다른 문제 같습니다. 의료 쪽 일하시는 분들은 비슷한 순간 많으실 것 같은데, 너무 무뎌지지 않으면서도 덜 끌고 가는 방법 있으면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