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일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 적응 안 되는 순간이 있어요. 환자 상태가 급해서 뛰는 건 익숙한데, 그보다 더 지치는 건 한 번에 여러 사람 감정까지 같이 받아내야 하는 날이더라고요. 보호자는 불안해서 예민하고, 환자는 아프고, 의사는 바쁘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욕도 듣고 설명도 하고 손은 계속 움직여야 하잖아요. 솔직히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닳는 날이 있어요.

저는 한동안 그냥 “원래 다 이런 거지” 하고 넘겼는데, 그렇게 버티다 보니까 퇴근하고 나서도 머리가 안 꺼지더라고요. 집에 가도 그날 들은 말이 계속 생각나고, 내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덜 꼬였을까 싶고, 반대로 너무 무례했던 사람한테는 왜 한마디도 못 했나 싶고요. 감정 소모가 쌓이니까 어느 순간 환자한테 무심해지는 제 표정도 보였어요. 그건 진짜 위험신호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같은 직군 분들한테 좀 묻고 싶어요. 이런 감정 찌꺼기, 다들 어떻게 처리하세요? 그냥 시간 지나면 무뎌지는 쪽인지, 일부러 털어내는 루틴이 있는지 궁금해요. 동료들이랑 툭 얘기하고 끝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아니면 일 끝나고 병원 생각 자체를 끊는 방식이 더 낫던가요? 신규 때 말고 연차 좀 찬 뒤에 오는 무기력감은 또 결이 다르던데, 그 시기 넘긴 분들은 뭐가 제일 버팀목이었는지도 듣고 싶어요.

그리고 하나 더요. 요즘은 보호자 응대나 컴플레인 대응이 체력보다 멘탈을 더 갉아먹는 느낌인데, 다들 선 어디까지 두세요? 무조건 참고 넘기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정색하면 바로 민원 들어오는 분위기라 애매하네요. 현장에서 덜 다치면서 오래 가는 방법, 각자 찾은 방식 있으면 좀 솔직하게 공유 부탁해요. 저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