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약회사 영업하는 이슬비라고 합니다. 맨날 웃는 얼굴로 들어가니까 다들 “그래도 사람 많이 만나서 덜 답답하시겠네요?” 하시는데요, 아유 그건 겉으로만 그렇고요.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진 빠지는 순간이 꽤 많습니다. 특히 병원마다 분위기 다르고, 선생님들 일정은 늘 바쁘고, 저희는 그 사이에서 타이밍 맞춰야 하니까요. 괜히 복도에서 눈치 보다가 “지금은 아니겠죠...” 싶어서 한 바퀴 더 돌 때도 많고요. 능청맞게 버티는 척해도 속으로는 오늘도 쉽지 않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제일 힘든 게 설명을 잘하는 것보다도, 설명할 기회 자체를 얻는 거더라고요. 어렵게 시간 맞춰 갔는데 갑자기 외래 밀리고, 회의 잡히고, 응대하시는 분도 너무 바쁘시면 그날은 그냥 공기처럼 사라져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웃고 나오긴 하는데, 솔직히 차에 타면 허탈한 날도 있습니다. 저희도 무작정 들이밀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예의 지키고 조심하는데, 가끔은 내가 전달하려는 내용이 정말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 말을 꺼내보기도 전에 끝나는 느낌이라 좀 허무합니다.

그리고 은근히 감정노동도 큽니다. 바쁘신 와중에 예민하실 수 있는 거 충분히 이해하는데, 그걸 매번 개인적으로 안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오늘 한 군데에서 잘 풀리면 또 다른 곳에서 차갑게 끊기고, 그러다 보면 사람 상대하는 일이 체력보다 멘탈을 더 깎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적 압박은 또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고요. 겉으로는 “네네 괜찮습니다” 하는데, 속으로는 안 괜찮은 날도 있죠. 이쪽 일 해보신 분들은 아마 이 미묘한 피로감 뭔지 바로 아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기하게 한마디 따뜻하게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또 움직이게 되긴 합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이런 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진짜 오래 남거든요. 그래서 문득 궁금했습니다. 병원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저희 같은 외부 응대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분명 있으시잖아요. 서로 입장 달라서 생기는 피로가 제일 큰 건지, 아니면 그냥 다들 너무 바빠서 그런 건지요. 저만 유난 떠는 건 아니겠죠? 다른 분들은 현장에서 제일 지치는 포인트가 뭐였는지 슬쩍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