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약회사 영업 뛰는 MR입니다. 닉네임은 이슬비로 할게요. 다들 바쁘신 거 아니까 병원에서 길게 붙잡는 건 저도 제일 조심하는데요, 막상 현장 돌다 보면 약이나 데이터보다도 사람 사이에서 오는 피로가 더 크더라고요. 일정 맞춰서 겨우 찾아갔는데 “지금은 좀 곤란해요” 한마디면 그냥 바로 빠져야 하고, 또 어떤 날은 분명 분위기 괜찮았는데도 다음 방문 때는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처럼 거리감 생길 때가 있잖아요. 아, 이게 내가 뭘 잘못했나 싶다가도, 또 의료현장이 워낙 정신없으니 이해는 해야겠고요. 이해는 하는데 사람 마음이 또 기계처럼 딱딱 정리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은근 제일 진 빠지는 게, 설명은 짧게 해달라셔서 핵심만 말씀드리면 “자료 더 없어요?” 하시고, 자료 챙겨가면 “이걸 언제 다 봐요” 하실 때예요. 물론 상황마다 필요한 정보량이 다를 수 있어서 저희도 맞춰드리려는 건데, 솔직히 가끔은 정답이 없는 시험 보는 느낌입니다. 괜히 능글맞게 “제가 타이밍을 아직도 못 잡습니다” 하고 웃고 나오긴 하는데, 차 안 타는 순간 그 웃음이 좀 꺼질 때가 있어요. 숫자는 숫자대로 쫓기고, 관계는 관계대로 신경 써야 하고, 중간에서 완충재처럼 버티는 기분이랄까요.
또 하나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감정 소모가 꽤 크다는 점이요. 다들 MR이면 말 잘하고 싹싹하면 되는 줄 아시는데, 사실은 말 안 해야 할 순간을 버티는 게 더 어렵거든요. 괜히 한마디 더 했다가 부담으로 느끼실 수도 있고, 너무 조용히 있으면 존재감이 없고요. 적당함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희도 의료진들 입장에선 수많은 방문자 중 한 명일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또 저희 입장에서는 그 한 번 한 번이 실적이랑 연결되니까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도 “내가 지금 도움을 드리려는 건지, 그냥 할 일을 해치우려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현장에서 이런 미묘한 거리감이나 피로감 어떻게 푸세요? 의료진 분들은 오히려 어떤 방식의 소통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괜히 열심히 한다고 하는 방식이 상대방한테는 피로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다들 각자 자리에서 버티는 거겠지만, 오늘은 좀 솔직하게 적어봤습니다. 저만 이런 거 느끼는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