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다니면서 과민성대장증후군까지 같이 끌고 가는 사람 있으면 알 거임. 몸도 몸인데 멘탈이 진짜 먼저 바닥나잖아. 나는 원래 조금만 스트레스 받아도 배부터 바로 신호 오고, 그러면 또 중요한 날에 화장실 걱정부터 하게 되고, 그게 다시 불안으로 이어지는 식이었음. 그래서 운동하라는 말 들을 때마다 솔직히 좀 짜증났는데, 최근에 너무 상태가 별로라서 그냥 큰 기대 없이 걷기랑 가벼운 근력운동부터 시작했거든.
근데 신기했던 건 배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이런 것보다, 머릿속 소음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 먼저 왔다는 거임. 원래는 아침부터 “오늘 또 배 아프면 어떡하지”, “회의 중간에 나가면 민폐 아닌가” 이런 생각이 기본값이었는데 운동하고 나서는 그 생각이 하루 종일 나를 다 잡아먹지는 않더라. 특히 좀 빨리 걷고 나면 이유 없이 가슴 답답하던 게 덜한 날이 있었음. 물론 컨디션 안 좋은 날은 여전히 안 좋고, 운동했다고 만사 해결 이런 건 절대 아닌데 적어도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속도는 좀 늦춰줄 수 있어요 같은 느낌?
그리고 수면이 생각보다 좀 달라졌음. 예전엔 몸은 피곤한데 긴장돼서 잠을 깊게 못 잤는데, 운동한 날은 적어도 눕자마자 온갖 생각이 폭주하는 시간이 짧아졌음. 그러니까 다음날 예민함도 아주 미세하게 덜하고, 배 상태도 덜 흔들리는 날이 있더라. 나는 이게 운동 자체 효과인지, 아니면 “그래도 오늘 나 하나 챙겼다”는 느낌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정신건강 쪽에는 꽤 도움 될 수 있겠다 싶었음.
대신 무리하면 바로 역효과 오더라. 괜히 의욕 생겨서 공복에 뛰거나 너무 빡세게 하면 배가 더 예민해지는 날도 있었음. 그래서 나는 요즘 운동을 체력단련보다 신경 안정용처럼 생각하고 있음. 혹시 여기서도 운동 시작하고 불안이나 예민함 쪽 먼저 달라진 사람 있음? 다들 어떤 방식이 제일 덜 부담됐는지 궁금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