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분명 초반엔 재밌어서 쭉 달리다가 어느 순간 손이 딱 멈추는 작품 있지 않냐. 재미가 없어서 끈 건 또 아닌데, 그냥 이상하게 다음 화 누르기가 무거워지는 거. 나한텐 그런 작품이 꼭 하나씩 생기더라. 처음엔 설정도 좋고 캐릭터도 괜찮아서 “오 이건 간다” 싶었는데, 중반쯤부터 갑자기 내가 작품을 보는 건지 작품이 나를 시험하는 건지 헷갈릴 때 있음.
특히 떡밥이 너무 많아지는데 회수는 늦고, 감정선도 점점 무거워지면 그때부터 약간 숨 고르기 들어가게 되더라. 이게 웃긴 게 하차 선언까지는 또 못 함. 완전 노잼이면 미련 없이 접는데, 애매하게 잘 만든 작품들이 더 사람 붙잡아 놓음. “조만간 다시 봐야지” 하면서 리스트에 박아두는데, 그 조만간이 계절 두 번 지나도 안 옴. 거의 내 감상 보관함에 냉동 처리된 상태임.
예전에 하나는 진짜 아껴 보려고 멈췄다가 결국 감정선 놓쳐서 재시작도 못 했었음. 반대로 어떤 건 몇 달 뒤에 다시 켰더니 그때 훨씬 잘 들어와서 끝까지 봤고. 그래서 요즘은 내가 중간에 멈췄다고 해서 작품이 별로였다고 단정은 안 하게 됨. 그냥 그 시기 내 텐션이랑 안 맞았던 걸 수도 있더라. 작품 잘못 40, 내 컨디션 60 같은 느낌. 물론 전개가 갑자기 산으로 가면 그건 작품 잘못 맞음.
다들 이런 작품 하나씩 있지 않냐. 보다가 멈췄는데 이상하게 욕은 못 하겠는 거. 나중에 다시 보면 인생작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더 묘함. 혹시 너네는 그런 작품 다시 잡는 편임, 아니면 한 번 끊기면 그대로 보내는 편임? 난 요즘 자꾸 묵혀둔 거 보면서도 새 작품부터 누르게 되는데, 이건 진짜 인간 종특인지 내가 의지박약인 건지 모르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