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진짜 옷에 관심 없는 사람 쪽이었어요. 젊을 때는 애 키우고 일하고 그러다 보니 그냥 편한 거, 세일하는 거, 무난한 거만 샀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뭘 입어도 사람이 더 지쳐 보이는 거예요. 갱년기 오고 얼굴빛도 좀 달라지고, 예전처럼 아무거나 입어도 넘어가질 않더라고요 ㅠㅠ 괜히 옷장만 뒤적이다가 나갈 시간 놓치고요.
그래서 제가 맨처음 바꾼 게 뭐였냐면, 옷을 더 사는 게 아니라 색을 줄이는 거였어요. 이것저것 예뻐 보여서 샀던 거 다 꺼내보면 핑크도 있고 베이지도 있고 애매한 꽃무늬도 있고 그런데 막상 입히는 건 따로 놀아요. 저는 그때부터 검정, 네이비, 아이보리, 청바지 색 이 정도로만 맞춰 입었어요. 신기하게 그랬더니 옷이 갑자기 쉬워졌어요. 뭘 집어도 크게 안 망하니까요.
예전엔 매장에서 마네킹 보고 어머 예쁘다 하고 샀다가 집에 오면 저랑 안 맞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프릴 달린 거나 너무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요. 남한텐 예쁜데 저한텐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괜히 민망해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옷장행... 그 뒤로는 처음 보는 스타일 말고, 내가 자주 손 가는 옷이랑 바로 이어질 수 있는지만 봤어요. 새 옷 하나 사도 집에 있는 바지 두 개 이상이랑 맞아야 산다, 이렇게요.
이게 별거 아닌데 입문자한텐 진짜 편해요. 센스 없어도 덜 불안하고, 외출 준비할 때 머리 안 아프고요 ㅋㅋ 옷 잘 입는 사람 되겠다고 갑자기 스타일 확 바꾸는 것보다, 안 어색한 색부터 정리하는 게 저는 제일 낫더라고요. 괜히 비싼 거 샀다가 손도 안 대는 것보다 훨씬 덜 아까웠어요.
저처럼 패션 잘 모르겠는 사람은 일단 옷장 색부터 한번 보세요. 이상하게 손 안 가는 옷들, 거의 이유가 있더라고요. 저는 그거 버리진 못해서 아직도 넣어두긴 했는데... 하여간 처음엔 멋 부리려고 하지 말고 덜 꼬이게 만드는 게 낫던데요. 그다음은 좀 저절로 되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