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고 무슨 패션이냐 싶었는데요, 백내장 수술 날짜 잡아놓고 괜히 사람들 많이 보게 될 일도 생기니까 옷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큰맘 먹고 백화점 가서 젊어 보인다는 자켓을 하나 샀어요. 점원이 거울 보라는데 그때는 또 괜찮아 보였거든요. 문제는 집에 와서부터였어요. 손이 안 가요. 진짜 안 입게 됨 ㅠㅠ

왜 그랬나 생각해보니까, 평소 내가 입던 거랑 너무 다르면 결국 못 입더라고요. 저는 맨날 편한 점퍼, 카라 있는 티 이런 것만 입던 사람인데 갑자기 어깨 딱 잡히는 자켓을 샀으니 불편해서 앉아 있기만 해도 답답했어요. 거기다 색도 너무 진해서 얼굴이 더 어두워 보이는 느낌... 나만 그런가 싶어도 입는 사람은 본인이니까 바로 티 납니다.

그 뒤로는 욕심 안 냈어요. 비싼 거 한 벌 말고, 평소 입는 옷에서 한 칸만 바꿨어요. 회색 바람막이만 입다가 네이비로 바꾸고, 목 늘어난 티 대신 카라 있는 얇은 티 하나 샀거든요. 그랬더니 이건 진짜 잘 입어요. 남이 보기에도 갑자기 무리한 티가 안 난다더라고요 ㅋㅋ 그런 말이 제일 듣기 편했어요.

처음 시작하는 분이면 멋있어 보이는 거 말고 내가 원래 잘 입는 모양에서 색 하나, 재질 하나만 바꾸는 게 낫더라고요. 안 그러면 옷장에 걸어만 두게 됩니다. 저 자켓 아직도 있음... 볼 때마다 아깝죠.

패션도 결국 자주 손 가는 게 남는 거였어요. 저처럼 괜히 한 번에 확 바꾸려다가 돈만 쓰지 마시고, 입던 쪽에서 아주 조금만 움직여 보세요. 저는 그게 제일 덜 민망했고 제일 오래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