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머문 시간은 충분한데 아침마다 몸이 무겁고 낮에는 졸음이 몰려오는 사람이 있다. 이럴 때는 몇 시간 잤는지와 함께 밤중에 얼마나 깼는지, 취침과 기상 시간이 일정한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도 수면의 양뿐 아니라 수면 단계와 규칙성이 이후 건강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도의과대학 등의 연구진은 지난 9월 17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슨’에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9만5559명의 수면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착용한 손목 활동 측정 기기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수면 시간과 단계를 추정하고, 이후 질환 발생 기록과 비교했다. 추적 기간 중앙값은 8.9년이었다.
분석에서는 렘수면 시간이 많을수록 여러 질환의 발생 위험이 낮은 경향이 관찰됐다. 깊은 수면 역시 일부 질환의 낮은 발생 위험과 관련됐다. 반면 밤마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거나 잠든 뒤 깨어 있는 시간이 길면 일부 질환 위험이 높았다. 연구는 수면을 단순한 시간 합계로 평가하기보다 밤의 전체적인 패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수면이 매우 짧은 집단도 눈에 띄었다.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잔 사람은 6~8시간 수면 집단과 비교했을 때 여러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 다만 이번 결과를 근거로 “6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정 연구 집단에서 관찰된 위험 분포와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구분해야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일반적으로 성인에게 하루 7~9시간의 수면을 권고한다.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수면 단계는 병원에서 뇌파 등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손목 기기의 자료로 추정했다. 관찰연구인 만큼 특정 수면 단계를 늘리면 질환이 예방된다는 인과관계도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스마트워치에 표시된 깊은 수면 수치만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하거나, 하루의 기록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먼저 손볼 부분은 수면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생활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평일에 잠을 줄인 뒤 주말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을 크게 늦추는 패턴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권장된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평일과 주말의 수면 일정 차이를 약 한 시간 이내로 유지하도록 안내한다.
저녁의 습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늦은 오후에 마신 커피는 밤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의 작용이 최대 8시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들기 직전 밝은 화면을 오래 보거나 과식을 하는 습관도 조정 대상이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게 유지하고, 취침 전에는 활동을 줄이며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
술을 수면 보조 수단처럼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잠이 쉽게 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수면이 얕아지고 밤중에 깰 가능성이 커진다. 잠드는 속도만으로 숙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충분히 잘 시간을 확보해도 수면 문제가 계속된다면 의료진에게 증상을 알리고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면 관리의 출발점은 특정 단계의 점수를 높이려 애쓰는 데 있지 않다. 잠을 위해 확보한 시간, 밤중 각성, 일정한 생활 리듬을 함께 살피는 것이다. 취침·기상 시간과 낮 동안의 졸음을 간단히 기록하면 자신의 패턴을 이해하고 진료 시 불편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