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이나 골반통으로 진료받는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장기적인 대사 건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궁내막증과 제2형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다. 다만 질환이 있으면 당뇨병이 반드시 생긴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번 결과만으로 모든 환자의 검사 주기를 바꿀 근거가 확립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6일 국제학술지 다이아베톨로지아에 발표된 연구는 미국 유타주 인구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약 294만 명의 자료를 활용했다. 자료의 범위는 1996년부터 2021년까지이며, 평균 추적 기간은 10.8년이었다. 이 기간 자궁내막증 진단이 확인된 사람은 9만9978명이었다.
연구진이 나이와 체질량지수 등 일부 요인을 보정한 뒤 분석한 결과, 자궁내막증이 있는 집단의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비는 없는 집단 대비 1.46이었다. 상대적으로 약 46% 높은 위험과 연관됐다는 뜻이다. 환자의 46%가 당뇨병에 걸린다거나, 개인의 발병 확률이 46%포인트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 진료 기록을 활용한 관찰연구이므로 자궁내막증이 당뇨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확정할 수 없다. 분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을 수 있고, 의료기관을 자주 방문하는 환자에게 다른 질환도 더 많이 발견되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연구진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을 덮는 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밖에 존재하면서 염증과 유착 등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다. 심한 생리통, 생리 기간 외에도 이어지는 골반통, 성관계나 배변·배뇨 때의 통증, 난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의 종류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뚜렷한 불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통증과 출혈 양상, 동반 증상을 자세히 확인하는 과정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진료에서는 증상과 초음파 등 영상검사를 살피며, 필요한 경우 수술을 통한 확인을 고려한다. 모든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통증으로 출근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참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통증 정도와 임신 계획, 약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진통제나 호르몬 치료, 수술 등이 활용되지만 개인별 선택은 달라진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고 현재의 호르몬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특정 치료가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는 치료법에 따른 당뇨병 예방 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이미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았다면 다음 진료에서 기존 검진 결과와 다른 질환의 가족력 등을 함께 전달하고, 혈당 평가가 필요한지 상담할 수 있다. 생리통이 심했던 날짜, 일상에 지장을 준 정도, 복용한 약을 기록하면 현재 치료를 점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는 골반 통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함께 살필 필요성을 제기한다. 개인에게 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기존 위험요인과 진료 결과를 종합해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