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방시설 사용이 줄어드는 초가을에도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있다.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레지오넬라증이다.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처럼 발열과 근육통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흡연자 등은 증상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이 2026년 9월 11일 공개한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에 따르면 프랑스 사부아 지역에서는 올해 6월부터 8월 사이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증가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한 음식점의 식품 진열용 분무 시스템과 환자 발생 사이의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됐다. 레지오넬라균이 냉각탑뿐 아니라 다양한 물 사용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레지오넬라균은 자연 상태의 강이나 호수에서도 존재하지만 냉각탑과 건물 급수시설, 온수 시스템, 샤워기, 수도꼭지, 온천, 장식분수, 가습기 등 물이 순환하거나 미세한 물방울이 만들어지는 환경에서 증식할 수 있다. 특히 따뜻한 물이 고여 있는 환경은 균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감염은 오염된 물 자체를 단순히 만지는 것보다 균이 포함된 작은 물방울이나 에어로졸을 호흡기로 들이마실 때 주로 발생한다. 현재까지 일반적인 사람 간 전파는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감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공동으로 노출된 물 시설이나 환경이 있었다면 감염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지오넬라증은 크게 가벼운 열성 질환인 폰티악열과 폐렴으로 진행하는 레지오넬라병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폐렴형은 보통 노출 후 2~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권태감과 두통, 근육통, 심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고열과 오한, 마른기침, 가래, 흉통, 호흡곤란이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설사나 의식 변화 등 호흡기 이외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만성 폐질환이나 다른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 흡연자,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폐렴형 레지오넬라증 위험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역시 레지오넬라증 집단발생이 여름부터 초가을 사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초기 증상만으로는 독감이나 다른 폐렴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열과 기침이 지속되면서 숨이 차거나 흉통, 심한 쇠약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단순 감기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에는 호흡기 검체 검사와 소변 항원검사 등이 활용될 수 있다.
예방에서는 개인 행동뿐 아니라 건물과 시설의 수계 관리가 중요하다. 냉각탑과 온수시설, 샤워시설 등 물이 장기간 머무르는 설비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이나 의료기관처럼 고위험군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수계시설 관리가 감염 예방의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레지오넬라증은 일상적으로 사람끼리 퍼지는 감염병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물 시설과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초가을까지는 기온이 높은 날이 이어지고 냉방·급수시설 사용도 계속되는 만큼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최근 이용한 시설과 건강 상태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