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만사가 귀찮아졌다면, 혹은 밤에 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졌다면 포털에서 우울증 자가진단을 검색해보는 사람이 많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상태가 아니라 생각과 몸 상태까지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스스로 증상을 점검해보는 것이 병원 방문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우울증은 슬픔이나 무기력감이 일시적으로 스쳐 가는 감정과 달리,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뚜렷한 지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기운이 없는 것과 달리 생각의 속도, 식욕, 수면, 집중력 등 몸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가진단에서 흔히 살펴보는 항목은 크게 여덟 가지다. 하루 대부분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지, 평소 즐기던 일에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지, 식욕이 급격히 줄거나 늘었는지, 잠들기 어렵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자는지, 별다른 이유 없이 피로감이 심한지를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쓸모없다는 느낌이나 과도한 죄책감이 드는지, 집중력이 떨어져 사소한 결정도 어렵게 느껴지는지, 말이나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반대로 안절부절못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항목으로 꼽힌다. 이런 증상 가운데 다섯 가지 이상이 거의 매일 나타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기분과 수면 등 증상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속 기간이다. 하루이틀 기분이 처지는 것과 달리 우울증은 이러한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거의 매일 이어질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시험이나 이별 등 특정 사건 이후 잠깐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원인 없이 기분 저하가 장기화되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온라인에서 접하는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참고용 도구일 뿐 의학적 진단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우울증으로 단정할 수 없고, 반대로 점수가 낮더라도 증상이 뚜렷하다면 전문의 상담을 미룰 이유가 되지 않는다.
특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자해에 대한 생각이 스스로 떠오른다면 체크리스트 결과와 관계없이 즉시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자가진단으로 지켜볼 대상이 아니라 응급하게 다뤄야 할 신호로 봐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지체 없이 전문가와 상담해야 [그림=메디닉스DB]
우울증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상실, 관계의 어려움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과 함께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호르몬 변화, 유전적 소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수면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경우에도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자가진단에서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다음 단계다. 병원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전국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고,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상담전화를 통해서도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진단 이후에는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상에서는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시간을 지키고 햇볕을 쬐며 가벼운 걸음이라도 매일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다면 자가진단에 머무르지 말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