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회나 해산물을 먹을 때 여름보다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쉽다. 그러나 달력이 9월로 넘어갔다고 수산물의 식중독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을 본 뒤 얼마나 빨리 냉장했는지, 생재료를 손질한 도마로 다른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았는지가 식탁의 안전을 가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월 25일 공개한 ‘2026년 9월 월간식중독 주의 정보’에서 장염비브리오를 이달의 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바닷물에 존재하는 이 세균은 오염된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았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수산물의 아가미와 껍질, 내장에 있던 균이 손질 과정에서 다른 식품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구입 이후의 보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해당 예방 자료는 신선한 어패류를 구매하고 냉장은 5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로 관리하도록 안내한다. 장을 본 뒤 다른 일을 보느라 수산물을 실온에 오래 두는 상황을 줄이고, 가져온 뒤에는 바로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냉장고에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이후의 조리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먹기 전에는 충분한 가열이 중요하다. 식약처 자료는 어패류를 가급적 날로 먹지 말고 중심 온도 85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도록 제시한다. 흐르는 수돗물로 씻는 과정도 필요하지만 세척이 가열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겉면의 색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조리를 끝내기보다 식재료의 두께와 양을 고려해 속까지 익혀야 한다.
손질할 때는 생수산물과 바로 먹는 식품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 생선을 다룬 칼과 도마를 그대로 사용해 채소나 완성된 음식을 자르면 교차오염이 생길 수 있다. 전처리용과 횟감용 도구를 구분하고 사용한 조리도구는 적절히 세척·소독한 뒤 말린다. 수산물을 만진 손도 비누와 물로 씻어야 한다. 어패류를 익혀 먹더라도 손과 도구를 통해 오염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냄새가 괜찮다는 판단도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유해균이 있는 굴도 겉모습이나 냄새, 맛이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굴에 레몬즙이나 매운 소스를 뿌리고 술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비브리오균이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감염은 따뜻한 시기에 주로 발생하지만 연중 보고돼, 특정 계절이라는 이유로 생식의 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염비브리오 감염은 설사와 복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일으킨다. 많은 경우 며칠 안에 호전되지만 설사와 구토가 심하면 탈수가 생길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거나 혈변, 심한 복통 등으로 상태가 나쁘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때 어떤 수산물을 언제 먹었는지 전달하면 원인을 평가하는 데 참고가 된다. 증상만으로 원인균을 특정할 수는 없다.
간질환이나 당뇨병, 신장질환이 있거나 면역기능이 약해진 사람은 감염이 심해질 위험을 고려해 날것이나 덜 익힌 수산물 섭취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장염비브리오 식중독과 비브리오패혈증은 원인균과 임상 양상이 달라 같은 병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가을 식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은 분명하다. 구입한 수산물은 신속하게 차갑게 보관하고, 조리도구를 구분하며, 먹기 전 충분히 익히는 습관을 이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