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를 넉넉히 넣고 삶음 세탁까지 했는데도 수건이나 속옷에서 쿰쿰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옷이 아니라 세탁기 자체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드럼세탁기의 고무패킹 틈새는 습기와 세제 찌꺼기가 오래 고여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기 쉽다. 세탁을 아무리 꼼꼼히 해도 세탁기 내부가 오염돼 있으면 빨래에 냄새가 옮겨붙을 수 있다.
세탁기 문을 여닫을 때마다 마주치는 고무패킹, 즉 도어 개스킷은 세탁기 안에서 가장 습한 부위 중 하나다. 세탁이 끝난 뒤 물기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 채 문을 닫아두면 패킹 주름 사이에 물기가 고이고, 여기에 섬유에서 떨어진 보풀과 세제 잔여물이 더해지면서 검은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곰팡이는 온도가 높고 습하며 유기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하는 미생물이다. 세탁기 내부, 특히 고무패킹과 세제·섬유유연제 투입구, 배수 호스 주변은 세탁 후에도 물기가 잘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자리 잡기 쉬운 대표적인 장소로 꼽힌다. 한번 곰팡이가 자리를 잡으면 세탁할 때마다 포자와 냄새 성분이 옷감으로 옮겨갈 수 있다.
섬유유연제나 액체세제를 넣는 투입구도 청소를 자주 놓치는 부위다. 세제가 완전히 씻겨 내려가지 않고 얇은 막처럼 남으면 그 위에 곰팡이와 세균이 자라면서 미끈거리는 물때가 생기고, 이것이 다음 세탁물에 섞여 들어가 은은한 곰팡내를 남기기도 한다. 세탁 후 투입구를 꺼내 물로 헹구고 말리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세제 투입구에 남은 물때와 곰팡이 [그림=메디닉스DB]
통돌이 세탁기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드럼세탁기처럼 문이 밀폐되는 구조는 아니지만, 세탁조와 외조 사이 이중 통 구조 특성상 물때와 곰팡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 벽면에 쌓이는 경우가 많다. 오래 사용한 통돌이 세탁기에서 세탁조 청소 후 검은 찌꺼기가 다량으로 떨어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탁기 속 곰팡이는 단순히 냄새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곰팡이 포자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이 있는 사람에게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자녀나 피부가 예민한 가족이 있는 가정이라면 세탁기 위생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세탁조 내부 곰팡이와 물때를 줄이려면 과탄산소다나 시판 세탁조 클리너를 이용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통세척 코스를 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무패킹은 세탁이 끝난 뒤 마른 수건이나 칫솔로 주름 사이까지 닦아내고, 배수 필터도 주기적으로 분리해 이물질을 제거해야 곰팡이가 다시 자라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세탁조 클리너로 곰팡이 번식 막기 [그림=메디닉스DB]
세탁이 끝난 직후 세탁기 문과 세제 투입구를 열어 내부를 충분히 말리는 습관도 중요하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좁은 다용도실에 세탁기를 둔 경우라면 세탁 후 최소 몇 시간은 문을 열어두어 습기를 빼주는 것이 곰팡이 번식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빨래에서 곰팡이 냄새와 비슷한 쿰쿰한 냄새가 계속 난다면 세제 양을 늘리기보다 세탁기 청소부터 점검해보는 것이 순서다.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과도하게 넣으면 오히려 세탁조 안에 잔여물이 더 쌓여 냄새와 곰팡이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세탁조 청소를 정기적으로 해도 냄새나 검은 반점이 계속 나타난다면 세탁기 내부 배관이나 부품 노후로 인한 문제일 수 있어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세탁 직후 문 열어두기, 월 1회 세탁조 청소, 고무패킹 물기 닦기를 습관화하는 것만으로도 빨래 냄새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