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몇 주째 줄지 않는 정체기에 부딪힌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탄수화물순환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날짜별로 늘렸다 줄이며 대사를 자극한다는 방식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실제로 체지방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수화물순환법은 하루 또는 며칠 단위로 탄수화물 섭취량을 고탄수화물 날과 저탄수화물 날로 나눠 반복하는 식단 구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운동 강도가 높은 날에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활동량이 적은 날에는 섭취량을 크게 줄이는 식이다. 보디빌더나 일부 운동선수들이 대회 준비 과정에서 활용해온 방식이 일반 다이어터에게로 확산된 형태다.
이 식단법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주기적으로 조절하면 렙틴 수치와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되어 정체된 체중 감량이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몸이 낮은 칼로리 섭취에 적응해 대사량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섭취량에 변화를 준다는 논리다. 이런 설명은 직관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순환법의 체중 감량 효과를 직접 검증한 연구는 많지 않고, 있는 연구들도 대부분 참가자 수가 적거나 관찰 기간이 짧다는 한계를 지닌다. 일정한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균형 잡힌 저칼로리 식단과 비교했을 때 탄수화물순환법이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는 일관된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국 체중 변화의 핵심은 탄수화물 섭취 시점보다 전체 섭취 열량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통곡물 위주 탄수화물 선택이 도움 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대한비만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관련 학회들은 체중 감량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총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균형을 꼽는다. 특정 영양소를 특정 요일에 몰아서 먹거나 제한하는 방식 자체가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는 과학적 합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탄수화물순환법이 식단에 변화를 줘 지루함을 덜고 식사 관리를 지속하게 돕는 심리적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이어트 정체기가 나타나는 이유는 탄수화물 섭취 방식보다 다른 요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이 줄면서 기초대사량 자체가 낮아지고, 근육량 감소나 호르몬 변화, 수분 저류 등이 겹쳐 체중계 숫자가 정체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식단의 탄수화물 비율을 바꾸기보다 근력운동을 늘리거나 전체 섭취 열량을 재점검하는 편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순환법을 시도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대상은 당뇨병 환자나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날마다 크게 변하면 혈당 변동 폭이 커져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고, 신장 기능에 따라 단백질이나 전해질 섭취 균형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임의로 극단적인 식단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체기 극복엔 근력운동 병행이 더 근본적 [그림=메디닉스DB]
일부 운동선수나 보디빌더가 대회를 앞두고 짧은 기간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는 것과, 일반인이 장기간 다이어트 목적으로 탄수화물순환법을 유지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전문가의 관리 아래 체지방률과 근육량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반면, 후자는 별다른 지도 없이 스스로 판단해 식단을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과도한 제한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탄수화물순환법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정제된 당분보다 현미, 고구마,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탄수화물 날에도 단백질과 채소 섭취를 충분히 유지해 근손실과 영양 불균형을 막아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극단적으로 하루 섭취량을 낮추는 날을 만들지 않는 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조절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체중 정체기가 한 달 이상 이어지거나 극도의 피로감, 어지럼증, 생리 불순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식단 조절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이어트를 유행하는 방법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활동량과 건강 상태에 맞춰 전체 열량과 영양소 균형을 점검하는 과정이 정체기를 벗어나는 데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