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목장 체험 프로그램에서 갓 짜낸 우유를 그대로 마신 뒤 이틀 지나 심한 설사와 복통을 겪었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저온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나 이를 원료로 한 유제품을 마신 뒤 배탈이 났다면 흔히 알려진 대장균이나 살모넬라뿐 아니라 캄필로박터균 감염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필로박터는 소, 닭, 염소 등 가축의 장 속에 흔히 서식하는 세균으로,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는 식중독 원인균 가운데 하나다. 다만 살모넬라나 노로바이러스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증상이 나타나도 원인 식품을 짐작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감염 경로는 다양하다. 저온살균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와 이를 원료로 만든 치즈 등 유제품, 속까지 익히지 않은 닭고기,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목장 체험이나 동물 접촉을 통해서도 균이 옮을 수 있어 나들이 후 배탈이 났다면 이 균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잠복기는 대개 2일에서 5일 정도로, 다른 식중독균보다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정작 원인이 된 음식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은 물설사나 혈변을 동반한 설사, 복통, 발열, 구토 등이며 며칠에서 일주일가량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복통과 설사 증상이 나타나면 원인균 확인이 필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캄필로박터 장염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과를 보인다. 그러나 영유아나 고령자, 임신부,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거나 탈수로 이어질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드물지만 캄필로박터 감염 이후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의학계에 알려져 있다. 설사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손발 저림이나 근력 저하 같은 신경계 이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대변 검체를 채취해 배양검사로 균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부분의 환자는 항생제 없이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만으로 회복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탈수를 막는 것이다. 설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물뿐 아니라 전해질이 포함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되며, 기름진 음식이나 카페인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는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 안전하다.

대변 배양검사로 캄필로박터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저온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나 비살균 유제품 섭취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목장 체험 등에서 생우유 시음이 제공되더라도 살균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마시는 것은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
닭고기 등 가금류를 조리할 때는 속까지 완전히 익히고, 날고기를 만진 도마와 칼은 채소나 조리가 끝난 음식과 분리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리 전후 손을 비누로 꼼꼼히 씻는 습관도 감염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설사가 하루 이틀 만에 그치지 않고 혈변, 38도 이상의 고열, 심한 복통이 동반되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영유아나 고령자는 증상이 가볍더라도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