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마다 도로 소음에 시달리고, 밤에도 창밖 차량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일상적 소음 노출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연구진은 도로 교통 소음이나 공사장 소음 등 만성적인 환경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관련 인지 검사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소음이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준다기보다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로는 수면의 질 저하다. 야간 소음은 깊은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하고 수면 중 각성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수면은 뇌가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알려져 있어, 만성적인 수면 방해는 장기적으로 인지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두 번째 경로로는 스트레스 반응이 꼽힌다. 소음은 신체에 지속적인 경계 반응을 일으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릴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압 상승, 혈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뇌로 가는 혈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간 소음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특히 고령층에서 소음과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이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소음에 대한 회복력이 떨어지고 수면 구조 자체도 취약해지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소음이라도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음이 인지기능 저하의 유일한 원인이라거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한다. 나이, 기저질환, 생활습관,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소음은 여러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소음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생활 소음 노출이 늘어나는 반면, 이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나 흡연처럼 눈에 보이는 위험 요인과 달리 소음은 익숙해지기 쉬워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실 방음 환경 개선이 소음 관리의 시작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음 관리 방법으로 침실 환경 개선을 우선 권한다. 이중창이나 방음 커튼을 활용해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취침 전에는 도로 쪽 창문을 닫는 것만으로도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색소음기나 귀마개를 활용해 불규칙한 소음을 일정한 소리로 대체하는 방법도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장시간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소리를 차단할 경우 오히려 청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내에서는 가전제품 소음이나 층간소음 등 생활 속 소음원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흡음재를 활용해 소음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야외 활동 시에는 공사장이나 교통량이 많은 구간을 장시간 오가는 대신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도 소음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관리 측면에서는 정기적인 수면 습관 점검과 함께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 단순 노화나 피로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령자나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오래 근무하는 경우라면 정기적인 청력 검사와 인지기능 검사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