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나 간편식에 자주 활용되는 귀리와 보리가 심혈관 건강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곡물 모두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이 풍부하지만 실제 인체 연구에서는 혈중 지질과 혈압, 염증 관련 지표에 나타나는 변화가 조금씩 달랐다.
2026년 9월 학술지 Nutrients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 급식시험에는 성인 68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정제 곡물 위주의 대조식, 통귀리 섭취군, 통보리 섭취군으로 나누고 6주 동안 식단을 관리했다. 귀리와 보리군은 하루 2000kcal 기준 약 4회 분량의 통곡물을 섭취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 귀리 식단에서는 총 LDL 입자와 작은 LDL 입자, 중간 크기의 작은 LDL 입자가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감소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도 대조군보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전체 식단 간 차이는 전통적인 통계적 유의수준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다. 연구에서는 귀리군의 LDL 콜레스테롤이 대조군보다 약 11.2mg/dL 낮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보리 식단에서는 다른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완기혈압이 대조군보다 약 3mmHg 낮아졌고, 혈관 내 염증과 관련된 접착분자 VCAM 농도도 감소했다. 보리 식단은 귀리 식단보다 전체 식이섬유와 베타글루칸 공급량이 더 많았다. 연구진은 두 곡물이 같은 통곡물이라도 식이섬유의 양과 분자 특성에 따라 심혈관 위험요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귀리나 보리를 많이 먹으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연구 기간이 6주로 짧고 참가자 수가 많지 않았으며 실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생을 평가한 연구도 아니다. 또한 연구용 식품이 제공된 통제 급식시험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일상에서 같은 양을 꾸준히 섭취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귀리와 보리는 조리법에 따라 식사의 성격도 달라진다. 오트밀에 설탕이나 시럽을 많이 넣거나 보리밥을 먹으면서 반찬의 나트륨 섭취가 지나치게 높다면 곡물 자체의 장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곡물을 선택하되 가공 과정과 첨가당, 전체 식사의 열량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생활에서는 한 가지 식품을 건강식으로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 정제 곡물 일부를 통곡물로 바꾸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흰빵이나 당류가 많은 시리얼 대신 무가당 귀리, 잡곡밥, 보리밥 등을 활용하면 식이섬유 섭취를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다만 당류가 많이 첨가된 그래놀라나 가공 시리얼은 통곡물 표시만으로 건강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곡물의 종류뿐 아니라 한 번에 먹는 양과 함께 섭취하는 단백질, 채소, 지방의 구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식이섬유 섭취를 갑자기 크게 늘리면 복부팽만이나 가스가 생길 수 있어 평소 섭취량이 적었다면 천천히 늘리는 편이 좋다.
이번 연구는 귀리와 보리가 모두 심혈관 건강 식단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곡물이지만 작용하는 지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슈퍼푸드가 아니라 통곡물, 채소, 과일, 적절한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하는 식사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