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와 가공육, 즉석식품, 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처럼 여러 단계의 산업적 가공을 거친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식생활이 체중 증가와 비만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만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이 높은 사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 음식 선택 자체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2026년 8월 28일 Journal of Health, Population and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는 국내 40세 이상 성인 7만7344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비만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건강검진자 코호트 HEXA, 농촌지역 기반 CAVAS, 한국인 유전체 역학조사 KARE 등 세 개의 전향적 코호트 자료가 활용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식품 섭취 빈도를 조사하고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NOVA 체계를 이용해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을 나눴다. 이후 짧게는 약 4년, 길게는 약 16년에 걸쳐 체중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기간 중 4674명에게 새롭게 비만이 발생했고, 3709명은 연간 1kg 이상의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높은 상위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과 비교해 새롭게 비만이 발생할 가능성이 약 25% 높았다. 연간 1kg 이상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도 약 22% 높게 나타났다. 대사 상태를 함께 분석했을 때도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집단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과 건강하지 않은 비만 모두 증가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비만 관련 유전자 변이 27개를 이용해 참가자들의 유전적 위험도도 평가했다. 그러나 초가공식품 섭취와 비만 사이의 연관성은 유전적 위험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비만에 취약한 사람에게만 문제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연구팀은 높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유전적 소인과 무관하게 비만과 체중 증가에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가공된 모든 음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냉동 채소나 두부, 우유, 통조림 콩처럼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처리를 거친 식품과는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여러 식품 성분을 재조합하고 향료, 감미료, 유화제 등 다양한 첨가물을 사용해 맛과 보관성을 높인 제품이 초가공식품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식품은 먹기 쉽고 맛이 강하며 조리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에 따라 열량 밀도가 높고 식이섬유가 적으며 당류와 포화지방,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다. 빠르게 먹기 쉬운 형태도 포만감이 충분히 생기기 전에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학계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모두 동일하게 나쁘다고 보는 단순한 접근보다는 제품의 영양성분과 식품 구조, 전체 식사의 질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가공 여부만으로 식품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하루 식사의 중심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면과 냉동조리식품, 과자, 가공육, 당류 음료 등이 식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생선, 달걀처럼 원재료의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는 식품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초가공식품이 비만을 직접 유발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식습관 조사에서 나타나는 기억의 오류나 생활습관 차이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장기 추적에서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체중 관리는 특정 영양소 하나를 줄이는 문제만이 아니다. 매일 반복해서 선택하는 음식이 얼마나 가공돼 있는지, 식단 전체에서 채소와 단백질, 통곡물이 충분한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장기적인 비만 예방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