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피부 한쪽이 따갑고 화끈거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 뒤 작은 물집이 이어진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고온 환경이 대상포진 발생을 촉진하는 단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 9월호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성인 대상포진 환자 14만9,098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환자의 거주지역과 기상청 일평균 기온을 연결해 대상포진 발생 시점과 기온 변화의 관계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하루 평균기온이 1도 높아질 때 대상포진 발생 위험은 약 0.46% 증가했다. 영향은 기온이 상승한 당일 가장 뚜렷했으며 이후 약 이틀까지 누적되는 경향을 보였다. 기온과 위험도 사이에는 특정 온도에서 갑자기 증가하는 형태보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위험도 함께 상승하는 비교적 선형적인 관계가 관찰됐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이러한 영향이 더 뚜렷했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기온 변화에 따른 위험 증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온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 스트레스가 면역 기능이나 신체 항상성에 영향을 주면서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의 재활성화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온과 대상포진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역학연구이므로 고온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피부 발진보다 통증이나 따끔거림, 가려움이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이후 주로 몸통이나 얼굴 한쪽을 따라 군집 형태의 물집이 생긴다. 발진은 대부분 신체 중앙선을 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을 단순한 근육통이나 피부질환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통증이 심할 뿐 아니라 피부 병변이 가라앉은 뒤에도 신경통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얼굴이나 눈 주변을 침범하면 시력 관련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증상이 시작된 뒤 가능한 한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초기 72시간 이내 치료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자나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자는 통증과 발진이 나타났을 때 미루지 말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상포진 예방을 단순히 면역력 관리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온과 같은 환경 요인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늦더위와 고온이 이어지는 시기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과도한 야외활동을 피하는 등 열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피부 한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시작되고 이어서 붉은 발진이나 물집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65세 이상이거나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초기 증상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