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가족관계 단절 등으로 당장 먹거리조차 마련하기 어려워졌지만 소득이나 재산을 입증하는 과정 때문에 복지서비스 신청을 망설였던 위기가구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진다. 복잡한 증빙 절차 없이 우선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하고 이후 필요한 복지제도로 연결하는 ‘그냥드림’ 사업이 9월 중 전국 모든 시군구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9월 6일 현재 미참여 중인 55개 시군구가 순차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전국 어디서나 그냥드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경북 울릉군도 이번 확대 대상에 포함된다. 그냥드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소득이나 재산 관련 서류를 먼저 제출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고, 이후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복지 등 필요한 제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전국 57개소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사업 지역이 빠르게 늘어 현재 175개 시군구로 확대됐으며, 2026년 7월 말까지 약 21만 명이 이용했다. 이 가운데 4만4712명이 복지상담을 받았고, 2만2367명이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등에 연계됐다. 실제 기초생활수급이나 긴급복지지원 등 제도권 복지서비스로 연결된 인원도 4437명에 달했다.
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상담에서 실제 복지지원까지 연결되는 비율도 높아졌다. 복지상담을 받은 이용자가 읍면동 보건복지팀으로 연계 의뢰된 비율은 시범사업 당시 46.4%에서 본사업 기간 54.8%로 증가했다. 연계 의뢰된 사람 가운데 실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은 비율도 15.2%에서 25.1%로 상승했다. 단순히 식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숨어 있던 위기가구를 찾아 기존 복지체계 안으로 연결하는 창구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 확대와 함께 방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그냥드림’도 본격 운영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읍면동 보건복지팀이 차량으로 마을을 방문하거나 자원봉사자와 지역사회의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물품을 전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체국과 협력해 집배원이 물품을 배달하면서 위기 징후가 확인될 경우 지방정부에 연결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민간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관련 민간 후원 누적액은 135억 원에 이른다. 기업과 지역 상공회의소 등이 식품과 생필품, 사업 운영 재원 등을 지원하면서 공공복지와 민간자원을 결합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냥드림의 핵심은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존 복지제도는 대상자 선정과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일정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갑자기 생활이 무너진 사람에게는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 자체가 지원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당장의 결식 위험을 먼저 해소한 뒤 상담을 통해 적절한 제도를 찾아주는 방식은 복지 사각지대를 조기에 발견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그냥드림이 기존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복지제도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지원을 시작점으로 삼아 개인의 상황에 맞는 공적 지원과 민간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지역별 운영 장소와 시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용 전 확인이 필요하다.
경제적 어려움은 통계나 서류보다 먼저 식탁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국 확대가 실제 위기가구를 더 빨리 발견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