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을 진단하고 분류하는 국제 기준이 새롭게 정비됐다. 기존처럼 복잡한 숫자 유형으로 구분하기보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원인을 중심으로 분류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다 쉽게 적용하고 환자도 자신의 질환을 이해하기 쉽도록 바꾼 것이 핵심이다.
유럽심장학회 ESC와 미국심장학회 ACC, 미국심장협회 AHA, 세계심장연맹 WHF는 최근 제5차 심근경색 보편적 정의를 공동 발표했다. 새 기준은 8월 3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ESC Congress 2026에서 공개됐으며 심근경색을 원발성, 이차성, 시술 관련 심근경색 등 세 가지 임상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동안 심근경색은 여러 숫자 유형으로 세분화돼 있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원인과 치료 방향을 환자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새 기준은 심근 손상이 왜 발생했는지를 중심으로 분류체계를 단순화했다. 관상동맥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와 다른 질환이나 신체 상태로 심장 근육에 필요한 산소 공급과 요구량의 균형이 깨진 경우, 심장 시술과 연관돼 발생한 경우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진단 과정에서 사용하는 심장 트로포닌 기준에도 변화가 반영됐다. 트로포닌은 심장 근육이 손상됐을 때 혈액에서 증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생체지표다. 새 국제 정의는 성별에 따른 심장 트로포닌 기준치를 반영하도록 했으며, 혈액검사 수치뿐 아니라 심전도와 증상, 심장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심근경색의 원인을 확인하는 접근을 강조했다.
특히 영상검사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심근경색은 흔히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발생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 새 기준은 영상검사를 활용해 심장 근육 손상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지만 진단이 쉽지 않은 자발성 관상동맥 박리 같은 질환에 대한 연구와 진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분류 기준이 바뀌더라도 심근경색 의심 증상에 대한 대응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슴 중앙이 짓눌리거나 조이는 듯한 통증과 압박감이 지속되거나 팔, 등, 목, 턱 쪽으로 통증이 퍼지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은땀이나 메스꺼움,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가슴 통증보다 호흡곤란이나 피로감이 먼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심근경색은 치료가 늦어질수록 심장 근육 손상이 커질 수 있다. 갑작스러운 흉통이나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수분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피로로 판단해 기다리기보다 신속하게 응급의료기관의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국제 정의 개정은 심근경색을 하나의 동일한 질환으로만 바라보기보다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한 뒤 이에 맞는 치료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는 흐름을 반영한다. 환자 역시 진단명뿐 아니라 자신의 심근경색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검사와 치료, 재발 예방 계획을 세우는 데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