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이나 뇌졸중, 척수손상 등으로 온몸이 마비돼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의사소통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꼽힌다.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미세한 근육 신호로 의사를 전달하는 기존 방식은 속도가 느리고 피로도가 높아 한계가 뚜렷했다. 최근 신경과학과 재활의학 분야에서는 뇌 신호를 직접 읽어 문장으로 변환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 컴퓨터나 외부 기기로 전달하고, 이를 해석해 원하는 동작이나 언어로 바꿔주는 기술을 말한다. 손이나 입을 움직이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커서를 조작하거나 문장을 완성할 수 있어 중증 마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적 방식과 뇌 표면이나 내부에 전극을 심는 침습적 방식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비침습적 방식은 수술이 필요 없어 안전성이 높지만 신호가 약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침습적 방식은 신호를 더 정밀하게 읽어낼 수 있어 문장 생성 속도와 정확도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뇌 수술이 동반되는 만큼 감염이나 출혈 등 부작용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신경과학회 등 관련 학회는 두 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임상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뇌 신호 해석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국내에서도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와 신경과가 협력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활 전문의들은 환자의 잔존 뇌 기능을 평가하고, 신호 해석 알고리즘을 환자 개인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이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초기 연구에서는 한 글자씩 선택해 문장을 완성하는 방식이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문맥을 예측하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변환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 속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병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에서 얻은 신경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신경 데이터는 개인의 생각과 감정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유출이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조기기 활용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간 이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개인마다 다른 신호 특성, 기기 유지관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는 연구 목적의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라면 그림판이나 문자판, 시선추적기 같은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재활의학과에서는 환자의 마비 정도와 인지 기능에 맞는 의사소통 도구를 찾아주는 상담을 제공하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비로 언어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나 보호자는 담당 신경과나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현재 이용 가능한 보조기기와 최신 연구 참여 방법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꾸준한 재활 훈련과 기존 의사소통 도구 활용이 환자의 일상 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