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살아있는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인공적으로 재현한 '합성세포'가 새로운 약물전달체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자연 세포를 그대로 이용하는 대신 필요한 기능만 갖춘 인공 구조물을 설계해 약물을 정밀하게 실어 나르려는 시도로, 학계의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합성세포는 인지질 등 생체 재료를 이용해 세포막과 유사한 구조를 인공적으로 조립하고, 그 안에 약물이나 효소, 유전물질 등을 담아 특정 목표 지점까지 전달하도록 설계된 인공 구조물을 말한다. 실제 세포처럼 스스로 증식하지는 않지만, 세포막의 선택적 투과성과 안정성을 모방해 체내에서 오래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리포좀이나 고분자 나노입자 등을 활용한 약물전달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합성세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포 표면의 수용체나 신호전달 체계까지 모사함으로써 목표 조직을 더 정밀하게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흐름은 유전자 편집과 세포 설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합성생물학의 성과와 맞닿아 있다. 연구자들은 필요한 유전 회로와 단백질만 선별적으로 조합해 특정 조건에서만 약물을 방출하는 등, 기존 세포보다 통제하기 쉬운 인공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이 합성세포 구조를 분석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합성세포의 핵심은 표적 조직 주변 환경을 인식해 반응하도록 설계된 센서 기능에 있다. 예컨대 특정 산도나 온도, 효소 농도 변화를 감지했을 때만 막이 열려 내부의 약물이 방출되도록 하면,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덜 주면서 필요한 부위에서만 약효가 나타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러한 방식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항암제 등 부작용이 큰 약물을 사용할 때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약물이 목표 지점에서만 집중적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면 투여 용량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는 유지하는 방향의 연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합성세포 기반 약물전달 기술은 아직 실험실 수준의 초기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상당 기간 더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체내에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을 주입하는 만큼,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지, 목표하지 않은 조직에 축적되지는 않는지 등에 대한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실제 치료제로 승인받기까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실험이 진행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에서도 합성세포를 활용한 약물전달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약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합성생물학 기반 치료 기술을 새로운 연구 분야로 주목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합성세포 기술이 가진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초기 연구 결과만으로 특정 질환의 치료법이 곧 나올 것처럼 기대하기보다는, 검증 과정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환자 입장에서는 합성세포 관련 소식을 접하더라도 아직 정식 치료제나 임상 적용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정보를 접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관련 학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식 발표를 통해 정확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