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무엇을 먹느냐만큼 언제 먹느냐도 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침 식사는 거의 하지 않고 저녁 시간에 하루 섭취 열량을 집중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서 대사증후군과 고혈압, 높은 중성지방 및 공복혈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21년 자료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한국 성인 1만6973명의 식사시간과 섭취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8월 8일 미국영양학회 학술지 The Journal of Nutrition에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진은 하루 동안 섭취한 열량 가운데 오전과 저녁이 차지하는 비율, 하루 식사 횟수, 첫 식사부터 마지막 식사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종합해 식사 패턴을 세 유형으로 나눴다. 오전 섭취 비중이 높은 이른 식사형, 저녁 섭취 비중이 높고 식사시간대가 짧은 늦은 집중형, 여러 차례에 걸쳐 오랜 시간 음식을 섭취하는 잦은 식사형이었다.
차이는 뚜렷했다. 이른 식사형은 하루 열량의 약 31.2%를 오전 11시 이전에 섭취했고 오후 5시 이후 섭취 비중은 약 29%였다. 반면 늦은 집중형은 오전 섭취 비중이 3.4%에 불과한 반면 오후 5시 이후 섭취하는 열량은 55.8%에 달했다. 첫 식사 시간도 평균 오전 11시43분으로 가장 늦었고 하루 식사 횟수 역시 평균 3.2회로 가장 적었다.
연령과 성별, 흡연, 음주, 신체활동, 수면시간, 총 섭취 열량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 늦은 집중형은 이른 식사형보다 대사증후군 가능성이 28% 높았다. 높은 혈압은 23%, 중성지방 상승과 공복혈당 상승은 각각 24%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저녁에 많은 열량을 몰아서 섭취하는 생활패턴이 대사 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저녁 식사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하루 에너지가 특정 늦은 시간대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패턴이다. 아침을 건너뛴 뒤 점심까지 적게 먹고 퇴근 이후 늦은 저녁과 야식으로 하루 섭취량을 채우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전체 식사시간과 열량 배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사량뿐 아니라 몸의 생체리듬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몸은 하루 동안 호르몬 분비와 에너지 대사, 혈당 조절 능력이 일정하지 않다. 연구진 역시 하루 후반부에 에너지 섭취가 집중되는 식사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간에 섭취량을 배분하는 패턴이 더 양호한 대사 지표와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식습관 관리는 저녁을 무조건 굶는 방식보다 하루 식사를 지나치게 뒤로 미루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 좋다. 아침이나 점심을 계속 거른 뒤 밤에 폭식하는 패턴이 있다면 낮 시간에 식사를 적절히 배분하고 늦은 야식과 과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식사시간뿐 아니라 채소와 통곡물, 단백질 식품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기본적인 식사의 질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시점의 식생활과 건강 상태를 분석한 횡단면 연구다. 늦게 먹는 식습관이 대사증후군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연구진도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장기간 추적연구와 중재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실제 식생활 자료를 대규모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하루 섭취량뿐 아니라 식사시간과 열량 배분까지 건강관리의 한 요소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