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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몸에 좋은 새로운 이유 찾았다, 장내세균이 질산염·철분을 보호 물질로 전환

비트·잎채소·콩류 성분에서 DNIC 생성, 동물실험서 혈압·혈당·지방간 지표 개선

메디닉스 정동현기자|입력 |조회 0
채소가 몸에 좋은 새로운 이유 찾았다, 장내세균이 질산염·철분을 보호 물질로 전환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챗gpt ]

채소를 충분히 먹는 식습관이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에 장내세균이 음식 속 질산염과 철분을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로 바꾸는 과정이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Cell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은 음식으로 들어온 무기 질산염과 비헴철을 결합해 ‘디니트로실 철 복합체’, DNIC라는 물질을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산염은 비트와 시금치, 루콜라, 상추 등 잎채소에 풍부하며 비헴철은 콩류와 통곡물, 녹색 채소 등에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생쥐와 세포, 세균, 사람의 시료를 이용해 DNIC 생성 과정을 분석했다. 일반적인 장내세균을 가진 생쥐 조직에서는 DNIC가 검출된 반면 장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생쥐에서는 이 물질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과 생쥐의 분변, 대장균에서도 질산염과 철분이 존재할 때 DNIC가 만들어졌지만 질산염 환원 기능이 제거된 세균에서는 생성되지 않았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해당 과정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근거로 해석됐다.

생성된 DNIC는 장에서 흡수돼 간과 신장을 비롯한 여러 조직으로 이동했다. 연구진이 서구형 식단을 먹인 생쥐에서 질산염과 철분을 공급하거나 합성 DNIC를 투여했을 때 혈압이 낮아지고 혈관 기능과 혈당 조절이 개선됐으며 간에 쌓이는 지방도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사람 간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지방 축적을 줄이는 효과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음식의 영양성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채소 섭취의 효과를 장내세균과 연결했다는 데 있다. 같은 영양소를 먹어도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기능에 따라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생리활성 물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질산염이나 철분 보충제를 많이 먹으면 혈압과 혈당이 좋아진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의 주요 효과는 동물과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됐고 실제 사람에게 같은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도 앞으로 사람에서 DNIC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식단이나 장내 미생물 변화가 DNIC 생성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철분은 필요 이상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검사나 의료진의 판단 없이 고용량 보충제를 복용하는 방식은 권장하기 어렵다. 채소 역시 특정 한 종류를 집중적으로 먹기보다는 잎채소와 콩류, 통곡물 등 여러 식물성 식품을 일상적인 식사에 고르게 포함하는 접근이 적절하다.

이번 연구는 장내세균이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먹은 성분을 전혀 다른 생리활성 물질로 바꿔 심혈관과 대사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사람 대상 연구가 이어진다면 개인의 장내 미생물 특성에 따라 식단을 조절하는 정밀영양 분야에도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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