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 속에 큰 솥 가득 육수나 곰탕, 국물 요리를 끓여 며칠 치를 넉넉히 만들어두는 가정이 적지 않다. 그러나 뜨겁게 끓인 국물을 실온에 오래 두었다가 저녁 늦게야 냉장고에 넣는 습관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그대로 만들어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리 직후 국물을 얼마나 빨리, 어떻게 식혀 보관하느냐가 여름철 식중독을 예방하는 핵심 관건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 방치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빠르게 식힌 뒤 냉장 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육수나 국물처럼 수분과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은 상온에 노출되었을 때 세균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뜨거운 국물이 식는 동안 거치게 되는 온도 구간이다. 섭씨 60도에서 21도 사이, 다시 21도에서 5도 사이 구간을 오래 머물수록 세균이 왕성하게 증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비째 실온에 여러 시간 방치했다가 밤늦게야 냉장고에 넣는 경우가 대표적인 위험한 보관 습관으로 꼽힌다.
뜨거운 냄비를 통째로 냉장고 안에 밀어 넣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부피가 큰 음식은 겉면은 식더라도 중심부까지 열이 빠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온도대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게다가 뜨거운 냄비 하나가 냉장고 안 다른 식재료의 온도까지 끌어올려 전체 보관 환경을 함께 악화시킬 수 있다.
효율적으로 국물을 식히려면 크고 깊은 냄비 하나에 담아두기보다 얕고 넓은 용기 여러 개로 나눠 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표면적이 넓을수록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냄비를 얼음물이나 찬물을 채운 싱크대에 담가 중간중간 저어주면 식는 속도를 눈에 띄게 앞당길 수 있다.

얼음물에 담가 빠르게 식히면 세균 번식 줄어 [그림=메디닉스DB]
국물이 손을 대도 미지근하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면 냉장고로 옮길 시점이다. 조리를 마친 뒤 실온에 두는 시간은 총 2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하며, 기온이 높은 한여름에는 이보다 더 짧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끼니에 걸쳐 나눠 먹을 계획이라면 처음부터 1회 분량씩 소분해 식히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
오래 끓인 육수나 곰탕은 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눈이나 코로 이상을 느끼기 전에도 세균이 이미 늘어나 있을 수 있다. 특히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이나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균처럼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드는 세균은 끓이는 동안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다가, 국물이 식는 동안 다시 왕성하게 증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장 보관했다고 해서 오래 두어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냉장고에서는 대체로 3~4일 안에 먹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고, 그보다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소분해 냉동하는 편이 안전하다. 냉동한 육수는 밀폐 용기나 냉동용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보관을 시작한 날짜를 적어두면 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소분 냉동하면 장기 보관에도 안전 [그림=메디닉스DB]
냉장이나 냉동 보관했던 국물을 다시 먹을 때는 표면만 살짝 데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충분히 끓어오를 때까지 재가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속까지 완전히 끓여야 그사이 늘어났을 수 있는 세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데운 국물을 다시 식혔다가 데우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신맛이 나거나 색이 탁하게 변하고 표면에 거품이나 막이 생긴 국물,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는 국물은 다시 끓여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우므로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더라도 보관 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 좋다.
여름철 육수와 국물 요리를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끓인 뒤 실온 방치 시간을 최소화하고, 얕은 용기에 나눠 빠르게 식힌 다음 2시간 안에 냉장고로 옮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은 3~4일 이내로 제한하고, 그 이상 두어야 한다면 냉동으로 전환하며,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속까지 완전히 재가열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보관 수칙만 지켜도 여름철 국물 요리로 인한 식중독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다만 국물이나 육수를 먹은 뒤 심한 복통이나 구토, 설사가 반복되거나 발열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 만성질환자는 증상이 가볍게 시작되었더라도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