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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철에는 새콤하고 시원한 물김치를 찾는 사람이 많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물김치 한 그릇은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는 대표적인 여름 반찬이다. 그런데 이 물김치를 상온에 오래 꺼내 두었다가 마신 뒤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와 복통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발효식품이라 상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쉽지만, 여름철에는 보관 온도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물김치는 배추나 무를 소금물에 절여 유산균 발효를 거쳐 만드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 발효 자체는 유익균이 작용하는 과정이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발효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 문제가 된다. 냉장 온도에서는 유산균이 천천히 작용해 은은한 신맛을 내지만, 실온에 방치되면 발효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신맛이 강해지고 거품이 생기는 과발효 상태로 넘어가기 쉽다.
과발효 자체가 곧바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다른 유해균이 함께 번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실온은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어서, 조리 도구나 손, 공기 중에 있던 잡균이 물김치 국물에 섞여 들어가면 발효균과 함께 늘어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더운 계절에는 조리 식품과 국물류를 실온에 오래 두지 말고 가급적 빨리 냉장 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발효되거나 상한 물김치는 몇 가지 신호로 알아챌 수 있다. 평소보다 신맛이 지나치게 강하고 톡 쏘는 자극적인 냄새가 나거나, 국물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올라오고 색이 탁하게 변했다면 상태를 의심해봐야 한다. 무나 배추 조각이 물러지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발효를 넘어 부패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물김치는 아깝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국물이 탁해지고 거품 생기면 상했다는 신호 [그림=메디닉스DB]
물김치를 담근 뒤에는 실온에서 하루이틀 정도 초기 발효를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계가 지나면 곧바로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냉장고 안에서도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쪽 칸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문을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변하는 문쪽 칸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관 온도는 4도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식탁에 물김치를 꺼내 놓고 먹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주의할 부분이다. 여름철 실내 온도에서는 한두 시간만 지나도 국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미생물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식사 중 자주 먹더라도 다 먹을 만큼만 덜어서 상에 올리고, 남은 물김치는 곧바로 냉장고에 되돌려 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보관 용기 선택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밀폐가 잘 되지 않는 용기에 담아 두면 냉장고 안에서도 다른 음식 냄새가 배거나 공기 중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뚜껑이 있는 밀폐 용기를 사용하고, 국물을 뜰 때는 매번 깨끗한 국자를 사용해 다른 음식물이나 침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먹고 남은 물김치는 곧바로 냉장 보관해야 [그림=메디닉스DB]
어린이나 노년층, 만성질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상한 물김치로 인한 식중독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식중독균이 활발히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 갖춰지는 만큼, 조리부터 보관, 섭취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물김치를 먹은 뒤 복통이나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우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고열이 동반되거나 설사가 하루 이상 계속되고 탈수 증세가 나타난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철 물김치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적당히 익었을 때 곧바로 냉장 보관으로 옮기고, 하루 이틀 안에 먹을 양만큼만 소분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에 낼 때도 필요한 만큼만 덜어 먹은 뒤 남은 것은 바로 냉장고에 넣는 습관이 필요하다. 국물의 맛이나 냄새, 색깔에서 평소와 다른 점이 느껴진다면 아깝더라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탈 없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