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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장 질환이나 반복되는 장내 감염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항생제 대신 장내세균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식의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접근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라고 부르며,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화학합성 신약을 잇는 새로운 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사람의 장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과 그 대사산물을 활용해 질병을 조절하는 약물을 말한다. 특정 단백질이나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기존 약물과 달리, 미생물 군집 전체의 균형을 조절해 면역과 대사, 신경 기능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먼저 상용화 단계에 이른 분야는 재발성 장내세균 감염 치료다. 항생제 치료 후에도 반복되는 이 감염은 장내 미생물 균형이 심하게 무너진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정제해 캡슐 형태로 투여해 장 생태계를 재건하는 방식이 임상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변 미생물 이식이라는 초기 개념에서 출발한 이 분야는 이제 특정 균주를 선별해 배양한 정제된 미생물 혼합물, 이른바 생균치료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원료의 출처를 특정하기 어려운 이식 방식과 달리, 균주를 명확히 규정하고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약품으로서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균주 배양 및 정제 공정은 품질관리의 핵심 [그림=메디닉스DB]
염증성 장 질환이나 과민성 장 증상처럼 장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상태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이 연구되고 있다.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 같은 대사산물이 장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대사산물 자체를 약물화하려는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장과 뇌가 신경과 호르몬, 면역 신호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른바 장뇌축 개념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적용 범위를 정신 건강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특정 장내세균이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관련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한 초기 단계 연구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 치료 영역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면역항암제 반응률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같은 약물을 투여받아도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장내 미생물 구성 차이가 거론되면서, 면역 반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장내 환경을 조정하는 보조 전략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장내미생물 구성 차이가 치료 반응에 영향 [그림=메디닉스DB]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구성이 크게 다르고 식습관이나 생활 환경에 따라서도 쉽게 변하기 때문에, 특정 균주 조합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낼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별 미생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살아 있는 미생물을 의약품으로 관리하는 일 자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균주의 생존력과 순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정을 표준화해야 하고,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도 미생물이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할 조건을 갖춰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은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별도의 허가 기준을 마련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아직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시중에서 유통되는 프로바이오틱스나 건강기능식품을 치료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이섬유 섭취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본으로 하되, 만성적인 장 증상이 지속된다면 임의로 제품을 섭취하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