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이 반려인의 손짓에 반응이 느려지고 계단이나 가구에 자꾸 부딪히면서 눈동자 색이 우유처럼 뿌옇게 변했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커지는 대표적인 노령견 안과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반려견에게서는 훨씬 젊은 나이에도 급격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유전적으로 백내장에 취약한 견종이 있으며, 눈에 상처를 입거나 포도막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앓은 뒤에도 이차적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질 수 있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눈동자 중앙의 수정체 부위가 하얗거나 푸르스름한 회백색으로 변하는 것이 눈에 띄게 관찰된다. 평소 잘 다니던 길에서 가구나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거나 어두운 곳에서 유난히 불안해하고 움직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백내장은 흔히 초기, 미성숙, 성숙, 과숙기의 네 단계로 구분되며 단계가 진행될수록 수정체 혼탁 범위가 넓어지고 시력 손실 정도도 커진다. 초기 단계에서는 혼탁이 부분적이어서 반려인이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을 앓는 반려견은 혈중 포도당이 수정체 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삼투압 변화가 생겨 수일에서 수주 사이에 급속히 백내장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반려견을 키운다면 눈의 투명도 변화를 더욱 자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조기 발견의 핵심 [그림=메디닉스DB]
백내장 여부와 진행 정도는 반려동물 안과 진료에서 세극등현미경 검사와 안압 측정, 망막 기능 평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눈이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모두 백내장인 것은 아니며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수정체 핵경화증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노령견의 시력 저하는 백내장 외에도 진행성 망막위축이나 녹내장 등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겉모습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전문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과 예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수정체 단백질이 새어 나와 눈 속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수정체 유발성 포도막염이나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런 합병증은 통증과 추가적인 시력 손실을 동반할 수 있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현재까지 백내장 진행을 되돌리거나 완전히 멈추는 약물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시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다만 전신 건강 상태와 망막 기능이 양호해야 수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수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수술을 진행하기 어려운 고령견이나 다른 전신 질환이 있는 반려견의 경우에는 실명에 대비해 가구 배치를 바꾸지 않고 생활 공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안정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계단이나 문턱처럼 위험한 구간에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이 있는 반려견에게 사람이 사용하는 인공눈물이나 안약을 임의로 넣어주는 것은 피해야 하며, 반드시 수의사가 처방한 제품만 정해진 용법대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눈 주변 털이 눈을 찌르거나 눈곱이 쌓이면 이차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청결하게 관리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눈동자 색이 이전과 달라졌거나 반려견이 낯선 공간에서 유난히 조심스럽게 움직인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노령견을 키우고 있다면 정기 건강검진에 안과 검사를 포함시키고 당뇨나 다른 대사성 질환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백내장 진행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