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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 엑스레이나 CT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제 영상의학과 전문의뿐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판독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폐결절이나 골절, 뇌출혈 의심 부위를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AI 영상판독 보조 기술이 여러 병원 현장에 도입되면서 진단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판단을 돕는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AI 의료영상 판독 기술의 핵심은 딥러닝이라 불리는 인공신경망 방식이다. 수많은 정상 영상과 질환 영상을 학습한 프로그램이 새로운 영상에서 미세한 음영 차이나 형태 이상을 찾아내 의심 부위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작은 병변도 반복 학습을 거친 알고리즘은 일관된 기준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흉부 엑스레이의 폐결절과 폐렴 의심 소견, 유방촬영술의 미세석회화, 뇌 CT의 급성 뇌출혈이나 뇌경색 의심 부위 등을 자동으로 표시하는 소프트웨어가 활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로 허가해 관리하고 있으며, 허가받은 제품은 임상 성능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AI 판독 보조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속도다. 응급실에 실려 온 뇌졸중 의심 환자의 경우 골든타임 안에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치료 방향을 좌우하는데, AI가 영상을 분석해 의심 소견을 우선순위로 알려주면 의료진이 더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학회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신속한 1차 분석은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특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골든타임 확보에 AI 판독 보조가 활용되기도 [그림=메디닉스DB]
건강검진처럼 대량의 영상을 짧은 시간에 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AI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 검진 기관에서 하루에도 수백 건씩 촬영되는 흉부 엑스레이나 유방촬영 영상을 1차로 선별해 이상 소견 가능성이 높은 영상을 우선 검토하도록 안내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영상에 시간을 덜 쓰고 정밀 판독이 필요한 영상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AI 영상판독 기술에는 뚜렷한 한계도 존재한다. 학습 데이터에 없던 희귀 질환이나 비전형적인 형태의 병변은 놓치거나 잘못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환자의 과거 병력, 다른 검사 결과, 증상 경과 등 영상 밖의 맥락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 영역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는 AI 소견을 그대로 확정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한영상의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들은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되 최종 진단과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담당 의사에게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AI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며,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의사결정 보조 도구'로 규정해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AI 소견은 참고자료 최종 판단은 의료진 몫 [그림=메디닉스DB]
환자 입장에서는 AI가 판독에 관여했다고 해서 결과가 다르게 통보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AI의 분석 결과를 참고해 전문의가 최종 판독지를 작성하는 절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환자에게 전달되는 소견서에는 AI 분석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진의 최종 판단이 담긴다. 다만 일부 병원은 검진 결과 설명 시 AI 보조 판독이 활용됐음을 안내하기도 한다.
향후에는 단순한 이상 소견 표시를 넘어 병변의 진행 속도를 예측하거나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해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소견에 대한 임상적 해석과 환자와의 소통, 치료 방향 결정은 결국 의료진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상검사를 받는 환자라면 AI가 어떤 방식으로 판독을 보조했는지 궁금할 경우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 검진 결과에서 이상 소견이 언급됐다면 지레 불안해하기보다 전문의의 정밀 판독과 추가 검사 안내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며, 반대로 정상 소견이 나왔더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재검진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