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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조금씩 줄고 있지만, 영양을 고르게 갖춘 식사를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27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산하 5개 국제기구가 2026년 7월 21일 발표한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인구의 약 7.8%인 6억4500만 명이 기아를 경험했다. 전년보다 약 1400만 명 감소하며 3년 연속 개선됐지만 지역과 소득에 따른 격차는 뚜렷했다.
보고서가 올해 특히 주목한 문제는 단순히 배를 채울 수 있는가가 아니라 건강한 식단을 지속해서 구매할 수 있는가다. 곡류와 감자처럼 열량을 제공하는 식품만으로는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 채소와 과일, 콩류, 달걀, 생선과 유제품 등을 적절히 조합해야 하지만 이러한 식품은 보관과 운송 비용이 높고 가격 변동에도 민감하다.
2025년 전 세계 건강한 식단의 평균 최소 비용은 1인당 하루 4.28 구매력평가달러로 추산됐다. 2017년 2.94달러, 2021년 3.44달러와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건강한 식단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은 2021년 37.4%에서 2025년 32.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영양을 고려한 식품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역별 차이는 더욱 크다.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66.6%가 건강한 식단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기아 인구도 아프리카가 약 3억900만 명으로 아시아를 넘어 가장 많았다. 전체 수치는 좋아졌지만 분쟁과 기후재난, 에너지와 비료 가격 상승, 물류 불안이 겹친 지역에서는 식품 가격과 영양 격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양 부족과 비만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도 문제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하고 보관이 쉬운 고열량 가공식품을 선택하기 쉽다. 충분한 열량을 섭취해도 채소와 단백질, 미량영양소가 부족하면 빈혈과 근감소, 면역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당류와 지방, 나트륨 섭취가 과도해지면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비만율은 2012년 12.1%에서 2024년 16.2%로 높아졌다. 6개월에서 23개월 사이 영유아 가운데 최소한의 식품 다양성을 충족한 비율은 30.8%에 그쳤으며, 5세 미만 어린이 약 1억5000만 명은 성장 지연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성의 빈혈 문제도 개선되지 않아 단순한 식량 공급 확대만으로 영양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에서는 비싼 건강식품보다 기본 식재료의 조합을 먼저 살피는 것이 현실적이다. 흰쌀이나 면류만으로 한 끼를 구성하기보다 제철 채소와 콩, 두부, 달걀을 함께 활용하면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영양 구성을 보완할 수 있다. 냉동 채소와 통조림 콩류도 당류와 나트륨 함량을 확인해 선택하면 식품 폐기를 줄이고 보관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외식과 배달음식을 고를 때는 메뉴 이름보다 실제 구성을 확인해야 한다. 채소 반찬이 거의 없고 튀김이나 정제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사는 포만감에 비해 영양 밀도가 낮을 수 있다. 한 끼를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일주일 동안 식품군이 얼마나 다양하게 포함됐는지를 살피는 방식이 지속하기 쉽다.
건강한 식사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의 생산과 냉장유통, 물류, 소매 과정이 소비자가격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역의 식품 접근성과 가격정책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국제기구들은 영양가 있는 식품의 생산 확대와 유통 손실 감소, 취약계층 지원, 어린이 대상 유해식품 마케팅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기아가 줄었다는 소식은 긍정적이지만, 배고프지 않다는 것과 건강하게 먹고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한 가지 유행 식품에 비용을 집중하기보다 곡류와 채소, 단백질 식품을 균형 있게 조합하고 가공식품의 비중을 줄이는 식생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