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예측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2026년 7월 27일 혈액 속 단백질 조합을 이용해 유전성 ALS 고위험군의 증상 발생 시점을 추정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일부 단백질 수치가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수개월에서 수년 전부터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LS는 뇌와 척수에서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신경계 질환이다. 초기에는 손에 힘이 빠지거나 자주 넘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변화로 시작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걷기와 말하기, 삼키기, 호흡에 필요한 근육까지 약해질 수 있다. 감각은 비교적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신체 기능 저하를 인식하면서도 움직임을 조절하기 어려워지는 특징이 있다.
이번 연구는 ALS 관련 유전자 변이를 보유했지만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장기간 관찰한 Pre-fALS 연구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반복적으로 채취한 혈액에서 여러 단백질을 분석하고, 실제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비교했다. 그 결과 신경과 근육, 에너지 대사와 관련된 일부 단백질이 증상 발생이 가까워질수록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단백질 패널은 증상 발생 시점을 평균 약 18개월의 오차 범위에서 추정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에게 정확한 발병 날짜를 알려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판단해, 신경세포 손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예방 목적의 임상시험 대상을 선정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ALS 연구에서 조기 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운동신경세포가 한 번 심하게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부분 근력 저하와 말하기 어려움 같은 증상이 나타난 뒤 검사가 시작된다. 혈액검사로 질환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앞당겨 포착할 수 있다면 치료 후보물질을 더 이른 단계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일반 건강검진에서 사용할 수 있는 ALS 조기진단 혈액검사가 개발됐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 대상은 주로 가족성 ALS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으며, 전체 ALS 환자 가운데 유전성 환자는 일부에 해당한다. 가족력이 없는 산발성 ALS에서도 같은 단백질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혈액 단백질은 감염과 운동, 영양 상태, 다른 질환의 영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진단에 활용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인하고, 어떤 수치부터 발병 위험이 의미 있게 높아지는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불안과 유전정보 보호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족 중 ALS 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전자검사나 혈액검사를 임의로 받을 필요는 없다. 유전검사는 결과가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경과 의료진과 유전상담 전문가의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연구는 ALS가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혈액과 신경계에서 변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단백질 지표가 다양한 환자군에서 검증된다면 ALS 예방 연구와 조기 중재 전략을 앞당기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