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이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며, 가족과 함께 지내거나 많은 사람을 만나도 깊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핵심은 주변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관계와 실제 관계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이 있는지다. 최근 연구에서도 주관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이 정신건강과 삶의 만족도,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와 암스테르담대학병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자료와 대규모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는 일반적인 관찰 분석뿐 아니라 형제자매 비교와 유전 정보를 이용한 멘델 무작위화 분석을 함께 적용해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관련 논문은 7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분석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건강 상태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낮을 가능성이 컸다.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경험하는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경향도 확인됐다. 실제 교류 관계가 적은 사회적 고립 역시 낮은 삶의 만족도와 연결됐다. 다만 연구진은 외로움이 특정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을 직접 유발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까지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고립은 만나는 사람이나 관계의 수가 객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뜻한다. 반면 외로움은 자신에게 필요한 관심과 친밀감,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연락처가 많고 직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더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관계가 없다면 외로움은 커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인구 약 6명 중 1명이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외로움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며 청소년과 청년층에서도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퇴직과 이사, 실직, 가족과의 사별, 만성질환, 경제적 어려움처럼 일상의 구조를 바꾸는 사건은 사회적 관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과도한 화면 사용과 부정적인 온라인 교류 역시 실제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 모임을 늘릴 필요는 없다. 오랜만에 생각난 사람에게 짧은 안부를 보내고, 가족과 식사할 때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가까운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걷기 모임과 독서 모임, 봉사활동처럼 역할과 일정이 있는 활동은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을 넘어 소속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도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기, 대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지역 활동에 참여하기 등을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온라인 관계도 활용 방식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 거리가 멀거나 거동이 불편해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영상통화와 온라인 취미활동이 연결감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다만 다른 사람의 화려한 일상만 반복해서 보며 비교하거나, 온라인 활동 때문에 수면과 외출이 줄어든다면 사용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외로움이 오래 지속되면 식사와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는 생활로 이어질 수 있다. 흥미가 사라지고 의욕 저하와 불안, 우울감이 계속되거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주변에 상태를 알리고 상담이나 지역사회 지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생활은 운동과 식사, 수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과 도움을 요청할 관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도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연락 횟수를 채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편안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조금씩 회복하는 것이 외로움을 낮추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