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대신하는 시리얼과 단백질바, 무설탕 음료, 가공 닭가슴살처럼 건강을 강조한 식품이 일상에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열량과 단백질 함량만 보면 균형 잡힌 선택처럼 보이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여러 산업 공정과 첨가물을 거친 초가공식품에 해당할 수 있다. 최근 유럽 심장 전문가들은 영양성분뿐 아니라 식품이 얼마나 가공됐는지도 심혈관 건강을 판단하는 요소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심장학회가 지난 5월 공개한 임상 합의문은 최근 10년간 축적된 초가공식품 연구를 종합했다.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가장 많은 성인은 가장 적은 성인보다 심장질환 위험이 최대 19%, 심방세동 위험이 13% 높게 관찰됐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연구에 따라 최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 관찰연구이므로 특정 식품을 먹으면 질환이 직접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초가공식품은 단순히 냉동하거나 포장한 식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단백질 분리물과 변성전분, 향료, 착색료, 유화제, 감미료 등을 조합해 맛과 식감, 보관성을 높인 산업형 제품을 가리킨다. 과자와 탄산음료, 즉석식품뿐 아니라 일부 시리얼과 에너지바, 가향 요구르트, 식물성 대체육, 다이어트 간식도 제품 구성에 따라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초가공식품이 대체로 당류와 나트륨,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는 부족하기 쉽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강한 맛 때문에 빠르게 많은 양을 먹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첨가물과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변형된 식품 구조 등이 염증과 대사 기능, 장내 미생물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강식 표시가 있다고 무조건 안심해서는 안 된다. 고단백, 저지방, 무설탕이라는 문구는 특정 영양성분의 특징을 보여줄 뿐 전체 가공 수준을 설명하지 않는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도 나트륨과 감미료, 향료가 많이 들어갈 수 있고, 설탕 대신 여러 감미료가 사용될 수도 있다. 제품을 살 때는 포장 앞면보다 원재료명과 1회 섭취량 기준 영양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 포장식품을 모두 끊을 필요는 없다. 바쁜 날 간편식을 이용하더라도 한 끼 전체를 가공식품으로 채우기보다 과일과 채소, 달걀, 두부, 무염 견과류처럼 덜 가공된 식품을 곁들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시리얼은 당류가 낮고 통곡물 함량이 높은 제품을 고르고, 가향 요구르트 대신 플레인 제품에 과일을 더하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식사의 기본으로 충분성, 균형, 절제, 다양성을 제시하며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등 최소 가공 식품을 중심으로 구성할 것을 권고한다. 초가공식품 하나를 먹었다는 사실보다 하루 식사에서 이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건강한 식생활은 첨가물 한 가지를 두려워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매일 반복해서 먹는 식품의 원재료를 확인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자연에 가까운 식품으로 하나씩 교체하는 습관이 심장과 혈관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