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신선한 물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건강관리다. 하지만 물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새 물만 보충하고 그릇은 며칠씩 씻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다. 겉으로 맑아 보이는 물이라도 그릇 안쪽을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끈한 느낌이 난다면 침과 유기물, 미생물이 표면에 달라붙어 막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양이가 물을 마실 때 입 주변의 침과 사료 부스러기, 털 등이 물그릇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물그릇 바닥과 벽면에 얇은 오염막이 생기고, 여기에 세균이 축적될 수 있다. 미국고양이수의사회가 운영하는 고양이 친화 정보에서는 깨끗한 물을 매일 제공하고, 가능하면 물그릇을 매일 비누와 온수로 세척해 세균 축적을 줄이도록 안내한다.

특히 여름철처럼 실내 온도가 높거나 물그릇이 햇빛을 받는 장소에 놓여 있으면 물이 빠르게 미지근해지고 오염이 진행될 수 있다. 물 위에 털과 먼지가 떠 있거나 그릇 가장자리에 침 자국이 보인다면 물만 따라 버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용기 안쪽을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고 세제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군 뒤 완전히 건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그릇의 재질도 살펴볼 만하다. 스테인리스와 유약 처리가 잘된 도자기 그릇은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세척이 쉬운 편이다. 반면 긁힘이 많은 플라스틱 용기는 미세한 틈에 오염물이 남기 쉬워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오래 사용해 흠집이 생기거나 냄새가 배었다면 교체를 고려하는 편이 좋다.

자동 음수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세척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이 계속 순환하면 신선해 보이지만 펌프와 필터, 좁은 연결 부위에 털과 침, 사료 찌꺼기가 쌓일 수 있다. 물통만 헹구는 데 그치지 말고 제조사가 안내한 주기에 따라 부품을 분리해 세척하고 필터도 제때 교체해야 한다. 물 흐름이 약해지거나 음수대 안쪽에서 미끈한 촉감과 냄새가 느껴진다면 세척 주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물그릇은 사료 그릇이나 화장실 바로 옆보다 조용하고 청결한 장소에 두는 것이 좋다. 일부 고양이는 물과 사료가 지나치게 가깝거나 주변 이동이 많은 장소를 불편해할 수 있다. 여러 마리를 키운다면 물그릇을 한곳에 몰아두기보다 생활 공간 여러 곳에 나눠 배치하고, 가능하면 각 고양이가 경쟁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고양이 친화 수의 정보에서도 여러 마리 가정은 고양이마다 물그릇을 마련하고 여분의 급수 지점을 두도록 권고한다.

세척할 때 향이 강한 세제나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고양이는 냄새에 민감해 세제 향이 남은 물그릇을 거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방용 중성세제를 소량 사용해 꼼꼼히 씻고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라면 제조사의 내열 기준을 확인한 뒤 고온 세척을 활용할 수도 있다.

보호자는 물그릇 위생과 함께 음수 행동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반대로 갑자기 물그릇을 자주 찾고 소변량까지 늘었다면 단순히 날씨 탓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 구토, 무기력이 함께 나타나면 신장질환이나 당뇨병 등 건강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고양이의 물 관리는 물그릇을 채워두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매일 신선한 물로 교체하고 용기 안쪽까지 세척하며, 자동 음수대의 필터와 펌프도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보호자가 매일 사용하는 컵을 씻듯 고양이 물그릇도 청결하게 관리하는 습관이 편안한 음수 환경을 만드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