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자동차 소리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깨더라도 다음 날 피곤한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밤에 반복되는 교통 소음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잠든 사이 심장과 혈관에 스트레스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심장학회가 소개한 연구에는 건강한 성인 74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침실에서 각각 소음이 없는 밤, 교통 소음이 30차례 들리는 밤, 60차례 들리는 밤을 보내도록 한 뒤 다음 날 혈관 기능과 심박수, 혈액 단백질, 수면 상태를 확인했다. 참여자와 측정 담당 연구자 모두 해당 밤의 소음 조건을 모르는 무작위 이중맹검 교차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에 사용된 소리는 실제 도로에서 녹음한 자동차 소음으로, 한 차례 소리가 날 때 최고 수준은 약 60데시벨이었다. 연구 결과 소음이 없었던 밤의 혈류매개 혈관확장 수치는 9.35%였지만, 소음이 30차례 발생한 조건에서는 8.19%, 60차례 발생한 조건에서는 7.73%로 낮아졌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혈관이 자극에 맞춰 충분히 확장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교통 소음에 노출된 뒤에는 평균 심박수도 분당 1.23회 높아졌다. 혈액 분석에서는 염증과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신호 경로의 변화가 관찰됐으며, 참여자들이 평가한 수면의 질과 아침의 개운함도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한밤중에 완전히 깨지 않았더라도 몸은 반복되는 소리를 위험 자극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단 한 차례의 밤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청각 체계와 자율신경계는 주변 소리에 반응한다. 이런 반응이 밤마다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과 염증 반응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장기적으로 혈압과 심혈관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자동차 소음을 들으면 심장질환이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대상이 비교적 젊고 건강한 성인이었고 실험 기간도 짧았다. 관찰된 혈관과 혈액 단백질의 변화가 장기간 축적될 때 실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는 더 큰 규모의 장기 연구가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는 침대 머리 방향을 도로 반대쪽으로 바꾸거나 가능하다면 도로에서 먼 방을 침실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창문과 문틈의 차음 상태를 확인하고 두꺼운 커튼을 활용하는 것도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귀마개는 소음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심혈관 위험까지 줄인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화재경보기나 아이 울음소리 등 필요한 신호를 듣지 못할 수 있어 사용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소음 때문에 자주 깨는 사람은 취침시간만 늘리기보다 실제 수면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스마트폰 소음 측정 기능은 정확한 의료기기는 아니지만 밤마다 소리가 심해지는 시간대와 원인을 파악하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 여름철에는 환기 시간을 취침 전으로 조정하고, 선풍기나 냉방기기의 작동음도 지나치게 크지 않은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밤의 소음은 개인이 귀마개 하나로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야간 교통량 감소와 저소음 도로포장, 건물 방음, 주거지역을 고려한 도시계획 같은 구조적 대응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편안한 수면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피로 관리가 아니라 심장과 혈관이 쉴 시간을 확보하는 건강관리의 한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