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혈액을 만드는 줄기세포에도 유전자 변화가 쌓일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빠르게 증식해 혈액세포 집단을 이루는 현상을 클론성 조혈이라고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염증 반응을 높이고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최근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7월 14일 소개한 연구에서는 수면과 운동 같은 생활습관이 이러한 혈액세포 변화에 따른 염증 반응을 조절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와 미국 올오브어스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9만 명 이상의 신체활동 기록과 혈액 유전체 자료를 분석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분석 결과 매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일부 흔한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클론성 조혈이 발견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DNMT3A라는 유전자 변이에서는 같은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운동이 모든 혈액세포 돌연변이를 없애거나 질환을 예방한다는 뜻이 아니라, 유전자 변화의 종류에 따라 생활습관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면의 영향은 동물실험에서 더 구체적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이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를 분석한 결과 수면이 부족하면 JAK2와 TET2 변이가 있는 생쥐에서 비정상 혈액세포 축적이 증가했다. 반대로 운동은 해당 축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일부 변이군에서는 수면 부족이 혈관 내 지방성 플라크 형성을 악화시킨 반면 운동은 플라크와 염증을 감소시켰다.

연구진은 JAK2 변이가 있는 생쥐에서 수면 부족이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 내 시스템의 활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운동을 한 생쥐에서는 뇌의 특정 신경세포 활동과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하면서 염증이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났다. 다만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수면과 운동이 실제 심혈관질환 발생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후속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가 전하는 현실적인 메시지는 특정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잠과 움직임을 함께 관리할 이유가 한층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성인은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을 확보하고, 기상과 취침 시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잠들기 전 밝은 화면과 늦은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도 수면 리듬을 지키는 방법이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처럼 숨이 조금 차는 중강도 활동을 일주일에 150분 정도 실천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출퇴근길 걷기와 계단 이용, 식후 산책을 짧게 나눠도 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채우기보다 앉아 있는 시간을 자주 끊고 매일 움직이는 습관을 만드는 편이 지속하기 쉽다.

이번 결과는 좋은 생활습관이 유전적 위험을 완전히 없앤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같은 생활습관도 개인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건강관리는 유전자와 생활환경 중 하나만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혈압·혈당 관리가 함께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