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중 벌레에 물리는 일은 흔한 불편으로 여겨진다. 모기 물림은 뎅기열, 말라리아, 일본뇌염 같은 감염병과 연결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모기보다 더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흡혈곤충이 옮기는 감염병은 아직 낯설다. 최근 브라질을 중심으로 오로푸체열이 확산되면서, 여행자에게 모기뿐 아니라 작은 흡혈 곤충에 대한 예방수칙도 중요해지고 있다.

오로푸체열은 오로푸체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오로푸체바이러스병이 발열, 두통, 관절통, 근육통, 오한, 메스꺼움, 구토, 발진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은 자연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드물게 신경계 합병증이 보고되기도 한다. 오로푸체바이러스는 1955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남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최근 연구와 보도에서는 오로푸체바이러스가 브라질 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2024년부터 2025년 4월까지 브라질 북동부 8개 주 170개 지자체에서 2,806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연구진은 기존에는 특정 산림 지역 중심으로 보이던 전파 양상이 더 넓은 생태 환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오로푸체열은 주로 흡혈 등에모기류, 특히 작은 깔따구와 비슷한 미지류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모기도 전파에 관여할 수 있지만, 일반 여행자가 생각하는 ‘모기’보다 훨씬 작은 곤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곤충들은 크기가 작아 방충망이나 옷 사이로도 노출될 수 있고, 습한 지역이나 강 주변, 숲 인접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

증상은 뎅기열과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갑작스러운 고열, 심한 두통, 근육통과 관절통, 오한, 메스꺼움, 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며칠간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열과 통증이 반복되기도 한다. 미국 CDC도 오로푸체바이러스병의 전형적인 시작이 38도에서 40도 사이의 갑작스러운 발열, 심한 두통, 오한, 근육통, 관절통이라고 설명한다.

여행자에게 문제는 현지에서 열이 나도 뎅기열, 말라리아, 독감, 장염, 코로나19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브라질이나 남미 지역을 다녀온 뒤 발열과 심한 두통, 몸살이 생겼다면 단순 피로로만 넘기지 말고 여행 지역과 벌레 물림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임신부는 더 신중해야 한다. 영국 여행의학 자료는 2024년 오로푸체바이러스의 산모-태아 전파가 확인됐다고 설명하며, 임신 중 감염 위험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안내한다.

현재 오로푸체열을 예방하는 백신이나 특정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치료는 주로 수분 보충, 휴식, 해열진통제 등 증상 완화 중심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예방은 곤충에 물리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행 중에는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노출된 피부에는 허가된 기피제를 사용해야 한다. 숙소는 방충망과 냉방 시설이 있는 곳을 선택하고, 벌레가 많은 시간대와 장소에서는 야외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

다만 작은 흡혈곤충은 모기와 달리 일반 방충망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숲, 강변, 습지, 농촌 지역이나 해질 무렵 야외 공간에서는 더 촘촘한 방충망과 기피제, 긴 옷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여행 가방에는 모기 기피제만이 아니라 긴 옷, 숙소용 방충 대책, 가려움과 피부 염증에 대비한 기본 상비품도 챙기는 것이 좋다.

여행 후 증상 관찰도 중요하다. 귀국 후 갑작스러운 발열, 심한 두통, 관절통, 발진이 나타나면 최근 방문 국가와 도시, 숲이나 강변 방문 여부, 벌레 물림 경험을 진료 때 알려야 한다. 감염병 진단에서 여행 이력은 매우 중요한 단서다. 특히 뎅기열과 증상이 비슷한 만큼 임의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기보다 의료진 상담을 받는 편이 안전하다.

오로푸체열은 국내 독자에게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해외여행이 늘어난 시대에는 알아둘 필요가 있는 감염병이다. 브라질과 남미 여행을 계획한다면 관광지 정보만 볼 것이 아니라 현지 감염병 상황과 벌레 물림 예방수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작은 흡혈곤충 하나가 여행 후 긴 발열과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