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원, 산책로, 캠핑장, 숲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야외활동 자체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풀밭이나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진드기 노출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특히 야외활동 후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원형 발진이 생기거나 몸살처럼 열이 나고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단순 감기나 피부 트러블로만 넘기기보다 라임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라임병은 보렐리아균에 감염된 검은다리진드기 등에 물리면서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라임병이 진드기 물림을 통해 전파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발열, 발진, 안면마비, 불규칙한 심장박동, 관절염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진드기 물림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평소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CDC 발표도 있어 야외활동 후 예방과 관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라임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초기 신호는 유주성 홍반이다. 흔히 과녁 모양 발진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발진이 전형적인 과녁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CDC는 라임병 발진이 둥글게 확장되거나 중앙이 옅어지는 형태 등 여러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진은 보통 서서히 커지고,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통증이나 가려움이 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가렵지 않으니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초기 증상은 감기나 몸살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발열, 오한, 두통,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림프절 부종이 동반될 수 있고, 진드기에 물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드기는 크기가 작고, 물릴 때 통증이 뚜렷하지 않아 샤워나 옷 갈아입을 때도 놓치기 쉽다. 야외활동 후 설명하기 어려운 몸살 증상과 피부 발진이 함께 나타난다면 최근 다녀온 장소와 풀밭 노출 여부를 떠올려봐야 한다.
라임병은 조기에 치료하면 대부분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한다. CDC도 라임병이 보렐리아균에 의해 발생하며, 발열과 발진 같은 증상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반대로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료가 지연되면 관절 통증, 신경계 증상, 심장 관련 증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초기 확인이 중요하다.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 라임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염된 진드기인지, 얼마나 오래 붙어 있었는지, 지역적 유행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다만 물린 자리를 억지로 짜거나 불로 지지거나 기름을 바르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진드기가 붙어 있다면 끝이 가는 핀셋으로 피부 가까운 부위를 잡고 천천히 곧게 빼내는 것이 원칙이다. 제거한 뒤에는 물린 부위를 소독하고, 날짜와 부위를 기록해두면 이후 증상 확인에 도움이 된다.
예방의 기본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CDC는 풀숲이나 덤불, 나무가 우거진 지역을 피하고, DEET나 피카리딘 등 EPA 등록 기피제를 사용하며,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거나 퍼메트린 처리 의류를 활용하는 방법을 권고한다. 야외활동 후에는 샤워를 하고,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허리선, 귀 뒤, 머리카락 사이처럼 진드기가 숨어 붙기 쉬운 부위를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한 경우에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의 몸도 확인해야 한다. 진드기는 반려동물의 털에 붙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보호자가 뒤늦게 접촉할 수도 있다. 산책 후 귀 주변, 목덜미, 발가락 사이,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부위를 살피고, 침구나 소파에 바로 올라가기 전 털을 빗어주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진료가 필요한 신호는 분명하다. 진드기에 물린 뒤 발진이 커지거나, 야외활동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과 몸살, 심한 피로감, 관절통이 생기면 의료기관에서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안면마비처럼 한쪽 얼굴 움직임이 어색해지거나, 가슴 두근거림과 어지럼, 심한 관절 부종이 나타나면 단순 피부질환으로 보기 어렵다. 진료 시에는 언제, 어디에서 야외활동을 했는지, 진드기를 발견했는지, 발진이 언제부터 커졌는지를 알려야 한다.
라임병은 국내에서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해외여행과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시대에는 알아둘 필요가 있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다. 풀밭을 다녀온 뒤 생긴 발진과 몸살을 단순 감기나 벌레 물림으로만 넘기지 말고, 진드기 노출 가능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예방은 긴 옷과 기피제, 활동 후 몸 확인에서 시작된다. 작은 진드기 한 마리를 놓치지 않는 습관이 야외활동의 안전을 지키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