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손상과 그 후유증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미세혈관 폐색 현상이, 기존의 혈전 중심 이론이 아닌 전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이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주요 장기 조직에서 혈전이 아닌 적혈구 파열이 미세혈관을 물리적으로 막는 주된 원인임을 밝혀냈다.
기존에는 혈소판과 섬유소가 뭉쳐 생기는 혈전이 미세혈관을 막고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는 이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실제 환자 사망 후 폐, 심장, 신장, 간 등에서 추출한 1,000개 이상의 혈관을 분석한 결과, 조직 내에서는 혈소판이나 섬유소보다 적혈구의 파편이 혈관 벽에 들러붙어 있는 현상이 훨씬 빈번하게 관찰됐다. 특히 혈관 벽이 심하게 손상된 부위에서 적혈구 막이 다발적으로 쌓여 혈류를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내피세포 괴사(necroptosis)’라는 세포사멸 기전과 연결했다. 산소 부족 등으로 인해 내피세포가 괴사하면서 MLKL, RIPK3 단백질이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보체계가 작동하여 인접한 적혈구를 터뜨린다. 터진 적혈구의 막은 내피세포에 들러붙어 물리적인 장벽을 만들며, 이는 혈소판이나 섬유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지혈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과도한 반응은 오히려 혈류를 차단하게 된다.
쥐 모델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재현됐다. 내피세포에서 MLKL 유전자를 제거한 경우 적혈구 파열과 혈관 막힘이 줄었고, 장기 손상도 현저히 감소했다. 다만 출혈 위험은 증가해, 해당 메커니즘이 일종의 ‘양날의 검’처럼 작동함을 보여줬다. 보체 기능을 없앤 C9 결손 쥐 역시 적혈구 용혈이 억제되며 유사한 보호 효과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