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는 요즘, 고양이 걸음이 달라지는 이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요즘, 캣타워에서 내려올 때 평소보다 조심스러워하거나 한쪽 다리를 살짝 드는 고양이가 늘어납니다. 날씨가 서늘해지면 근육과 관절 주변 조직이 굳어지기 쉬워, 그동안 가볍게 지나가던 움직임에서도 통증이 먼저 드러나는 계절적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는 외부 기온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적어, 난방을 켜기 전 며칠 사이에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를 보면 보호자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바로 고양이도 다리를 절뚝거리면 슬개골탈구인가요 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절뚝거림이라도 생후 6개월 새끼 고양이와 열두 살 노령 고양이가 가리키는 문제는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모른 채 지나간 절뚝거림이 관절에 남기는 변화
선천적으로 무릎뼈가 불안정한 경우, 처음에는 걷다가 간헐적으로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가 반복되면서 무릎뼈가 제자리를 벗어난 채로 굳어지면, 연골이 닳고 관절 모양 자체가 변형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불안정한 무릎을 보완하려 체중을 다른 각도로 싣는 습관이 들면, 반대쪽 다리나 십자인대까지 부담이 옮겨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노령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관절염성 절뚝거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는 가볍게 보이는 단계를 지나고 나면, 근육량이 줄고 움직임 자체를 줄이려는 보상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체중이 늘면서 관절 부담이 다시 커지는 흐름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처음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상당 기간 이런 보상 보행이 자리 잡은 뒤인 경우가 흔합니다.
성장기부터 노령까지, 슬개골탈구와 관절염 원인의 차이
슬개골탈구는 무릎뼈(슬개골)가 대퇴골 아래 홈에서 벗어나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빠지는 정도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뉘며, 등급이 높아질수록 무릎뼈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빠져 있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생후 4~8개월 무렵의 성장기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슬개골 불안정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일부 품종에서는 이 시기에 걷는 모습만 봐도 무릎이 살짝 헐거운 느낌을 보이는데, 이때 발견된 불안정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까지 지켜보며 평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시기에 높은 곳에서 반복해서 뛰어내리게 하면 불안정한 무릎에 충격이 누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한두 살을 넘긴 성인기 고양이가 갑자기 절뚝거리기 시작했다면 선천적 문제보다는 낙상이나 점프 직후의 충격을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내원하는 경우를 보면 캣타워나 장식장 위에서 뛰어내린 직후부터 다리를 안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보호자가 많아, 외상성 염좌나 인대 손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충돌 직후 며칠간 부기가 가장 크고, 겉보기 부기가 가라앉아도 인대 손상은 1~2주 더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회복 기간을 넉넉하게 봐야 합니다.
일곱 살 전후 중년기에 접어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집니다. 이 시기에는 체중이 서서히 늘면서 무릎과 고관절에 실리는 하중이 커지고, 뚜렷한 외상 없이도 관절 초기 변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무릎 관절에 실리는 하중은 눈에 띄게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열 살을 넘긴 노령기에는 선천적 슬개골탈구보다 관절염이 절뚝거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바뀌며, 양쪽 다리에 비슷한 정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보기엔 절뚝거림보다는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느려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머크 수의학편람에 따르면 노령 고양이의 약 60~90%가 관절염을 가지고 있지만, 고양이는 통증을 숨기는 습성이 강해 다리절음이나 관절 부종 같은 징후가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1]
나이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절뚝거림의 증상
성장기 고양이의 절뚝거림은 뛰다가 몇 걸음마다 한쪽 뒷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스킵 보행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잠깐 그러다 다시 멀쩡하게 걷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알아보기가 까다롭습니다. 다만 이런 간헐적 스킵 보행이 반복된다면 관찰이 필요한 신호로 봐야 합니다.
외상으로 인한 절뚝거림은 보통 갑작스럽게 시작됩니다. 사고 직후부터 해당 다리에 체중을 거의 싣지 않고, 만졌을 때 움찔하거나 붓는 부위가 만져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년기 관절 변화는 아침에 일어난 직후 뻣뻣하게 걷다가 움직이면서 조금 풀리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전만큼 소파나 캣타워 위 칸으로 뛰어오르지 않으려는 모습, 계단이나 창틀 같은 낮은 턱도 머뭇거리다 포기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납니다.
노령기에는 눈에 보이는 절뚝거림이 나타나기 전부터 변화가 쌓이는 시기입니다. 뒷다리 근육이 가늘어지거나 걸을 때 관절에서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들리는 변화가 보호자가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단서이며, 그루밍을 덜 해서 털이 엉키는 모습도 함께 살펴볼 부분입니다.
연령별 관리 포인트, 무엇이 더 맞을까
체중이 늘어난 중년기 고양이에게는 식단 조절과 가벼운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쪽이 먼저 필요하고, 이미 걸음 자체가 불안정한 노령 고양이에게는 생활 공간을 안전하게 바꿔주는 쪽이 더 우선적인 도움이 됩니다.
미국동물병원협회의 2022년 통증관리 지침은 관절이 불편한 반려동물에게 미끄럼 방지 바닥 같은 안정된 바닥과 경사로, 보조 계단을 마련해주는 환경 개선을 권고합니다.[2]
다만 환경을 바꾸고 체중을 줄인다고 해서 이미 변형된 관절 모양이 저절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관리의 목표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관리를 시작한 뒤에도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까지는 보통 몇 주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진료가 필요한 시점
다음 상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경과를 지켜보기보다 다리 상태를 확인해볼 시점입니다.
- 한쪽 다리를 완전히 들고 바닥에 전혀 딛지 않는 상태가 24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
- 만졌을 때 평소와 다르게 놀라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할 만큼 해당 부위가 예민한 경우
- 절뚝거림과 함께 식욕이 줄거나 숨어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경우
- 걸음걸이 변화와 함께 체중이 줄거나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시는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특히 체중 감소나 물 섭취량 변화가 함께 있다면, 걸음이 느려진 이유가 관절이 아니라 신장 기능 저하 같은 전신 질환일 수 있어 걸음만으로 판단하기엔 주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