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단계라고 듣고 나서는 제일 먼저 한 게 저녁 먹고 가만히 안 있는 거였어요. 원래는 밥 먹으면 바로 소파 가서 드라마 한 편 틀어놓는 사람이었거든요 ㅠㅠ 근데 그게 너무 당연했어서, 이걸 바꾸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식단부터 확 줄여야 하나 싶었는데 저는 그건 더 스트레스만 받았어요. 그래서 일단 저녁만 먹고 20분이라도 걷자, 그거 하나만 해보자 싶었어요. 다들 그렇게 하시나요?

처음 며칠은 진짜 별거 아닌데 왜 이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운동복 갈아입는 것도 싫고, 밖에 나가면 또 은근히 체력 딸리는 게 느껴져서 괜히 서럽고요 ㅋㅋ 그냥 집 안에서 제자리걸음만 할까 하다가, 그래도 나가면 덜 빼먹을 것 같아서 아파트 단지라도 돌았어요. 빠르게 걷는 건 아직 좀 버겁고, 그냥 숨 찰락말락하게만 걸었는데 그것도 은근 다리 뻐근하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체력이 없었나 싶고요.

대신 신기했던 건, 저녁 먹고 바로 눕고 싶은 느낌이 예전보다 덜하다는 거였어요. 원래는 밥 먹고 나면 속도 더부룩하고 입이 또 심심해서 과자 찾았거든요. 근데 걷고 들어오면 물 한 잔 마시고 씻고 나면 그 타이밍이 지나가요. 야식 생각이 아예 안 나는 날도 있고요. 저는 사실 이게 제일 컸어요. 거창하게 살 빠졌다 이런 건 아직 아닌데, 덜 먹게 되는 게 이렇게 이어지네? 싶더라고요.

식단은 요즘 저녁밥 양만 조금 줄였어요. 반 공기까지는 아니고, 예전보다 두세 숟갈 정도 덜 퍼요. 반찬도 이것저것 챙겨 먹는 척하다가 결국 짠 거 더 먹게 돼서, 그냥 단순하게 먹는 게 저한텐 낫더라고요. 근데 식단은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짜증나는데 걷기는 오히려 마음이 덜 상해요. 내가 오늘 또 못 참았네 이런 기분이 덜해서요. 혹시 저처럼 식단부터 잡으면 폭발하는 분 계세요?

아직 혈당이 확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계속 해보게 되는 건, 이건 진짜 내 생활에 붙일 수 있겠다 싶어서예요. 처음부터 1시간 걷자 이런 식이면 전 이미 포기했을 것 같아요 ㅠㅠ 요즘은 저녁 먹고 신발만 신으면 반은 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별거 아닌데 이 별거 아닌 게 은근 무섭네요. 계속하면 진짜 달라지려나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