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과에서 일한 지 이제 꽤 됐는데요. 처음에는 그냥 버티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검사 루틴도 익숙해지고, 선생님들 스타일도 파악되고, 환자 응대도 어느 정도 감이 오니까요. 근데 이상하게 연차가 쌓일수록 마음은 더 복잡해지네요. 일이 아예 싫은 건 아닌데, 이렇게 계속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금 있는 곳이 완전히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인력 빠듯할 때 몰아치는 분위기나, 당연하다는 듯이 생기는 오버타임, 몸은 익숙해졌는데 마음은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 좀 크게 와요. 특히 방사선사는 하루 컨디션이 검사 흐름에 은근히 많이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스스로 지친 상태가 길어지면 일할 때도 예민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직 생각이 날 때마다 이게 단순한 권태인지, 아니면 진짜 환경을 바꿔야 하는 신호인지 헷갈립니다.
더 고민되는 건 연차가 애매하게 붙은 상태라는 점이에요. 완전 신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가서 바로 인정받을 정도의 경력직인지도 모르겠고요. CT, MRI, 일반촬영 다 두루 해봤다고 해도 병원마다 원하는 결이 다르니까 막상 지원하려면 괜히 움츠러들어요. 괜히 옮겼다가 지금보다 더 안 맞을까 걱정도 되고, 남아 있자니 몇 년 뒤에도 똑같은 고민 할 것 같아서요. 주변에서는 다들 "움직일 거면 더 늦기 전에"라고 하는데, 막상 당사자는 생각처럼 쉽게 결정이 안 되네요.
혹시 비슷한 시기에 이직하셨던 분들 계시면, 결정할 때 뭐가 제일 컸는지 궁금합니다. 급여나 거리도 중요하지만 저는 요즘은 사람 분위기랑 근무 지속 가능성이 더 크게 보이더라고요. 잠깐 버티는 건 되는데 오래 갈 수 있는 곳인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차 쓰는 것도 눈치 보이는 분위기면 결국 체력보다 마음이 먼저 닳는 것 같고요. 괜히 혼자만 유난 떠는 건가 싶어서 글 남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