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내과 전공의 하고 있는 월요병말기입니다. 원래 이런 글 잘 안 쓰는데, 요즘은 좀 털어놓고 싶어서 적어봐요. 병원 안에 있으면 다들 바빠 보이고, 저도 그냥 그 흐름에 끌려가듯 하루를 보내는데 이상하게 당직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제일 허무할 때가 있더라고요. 밤새 콜 받고, 환자 상태 보고, 보호자 설명하고, 중간중간 식은 커피 마시면서 버티다 보면 정신없이 지나가긴 하는데 막상 끝나면 “내가 지금 뭘 갈아 넣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환자 보는 일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건 아직도 중요하다고 느껴요. 문제는 사람이 계속 긴장 상태로 오래 버티는 게 생각보다 훨씬 소모적이라는 거예요. 한 명 한 명 가볍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사소한 수치 하나, 말 한마디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고, 실수 안 하려고 애쓸수록 더 지치기도 하거든요. 근데 또 밖에서는 “의사니까 안정적이겠다” 이런 말 쉽게 듣잖아요. 그 말 들으면 좀 묘합니다. 안정적이라는 말 안에 빠져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요.
제일 힘든 건 몸보다 마음이 무뎌지는 느낌이에요. 예전엔 환자 한 분 상태가 안 좋으면 집 가서도 계속 생각났는데, 요즘은 방어기전처럼 감정이 평평해질 때가 있어요. 그게 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강한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쉬는 날에도 푹 쉬었다는 느낌이 잘 안 들고, 자고 일어나도 다시 출근 생각부터 납니다. 주변 동기들이랑 얘기하면 다들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비슷하다고 해서 덜 힘든 건 아니더라고요.
혹시 여기에도 의료쪽이든 아니든 번아웃 비슷하게 겪는 분들 계신가요. 저는 요즘 대단한 해결책보다 그냥 덜 무너지면서 오래 가는 방법이 더 궁금합니다. 운동, 수면, 루틴 같은 뻔한 얘기도 결국 기본이라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바쁜 일정 안에서 어떻게 붙잡고 가는지 그게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유난인 건지, 다들 조용히 버티는 건지도 궁금해서 써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