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좀 버티는 편이었어요. 잠이 좀 안 와도 그러려니 했고, 가슴이 자꾸 답답해도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퇴근하고 집에 와도 몸이 쉬는 느낌이 없더라고요. 누워 있어도 머릿속이 계속 시끄럽고, 별일 아닌데 심장이 철렁하고. 아침에 눈 뜨는 게 제일 싫었던 때가 있었어요 ㅠㅠ

처음엔 병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큰일 난 사람만 가는 데라고 혼자 선 그어놨던 거죠. 그래서 명상도 더 해보고 산책도 해보고 카페인도 끊어봤는데, 그때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 다시 똑같아졌어요. 제일 힘들었던 건 제가 예민해진 걸 집에서 티를 내게 된 거였어요. 말 한마디에도 확 놀라고, 괜히 날카롭게 받아치고, 그러고 나서 또 혼자 자책하고요.

결정적으로 가야겠다 싶었던 건 회사에서였어요. 회의 들어가는데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이 오고, 그냥 앉아 있는데도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그날은 진짜 아, 이건 내가 의지로만 덮을 수 있는 선이 지났구나 싶었어요.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무너지는 느낌? 그게 좀 무서웠어요. 그래서 더 끌면 안 되겠다 싶어서 예약 잡았어요.

막상 가보니까 제가 혼자 상상하던 분위기랑 다르더라고요. 혼나는 자리도 아니고, 제가 왜 이러는지 차근차근 묻고 들어주는 시간이었어요. 한 번 갔다고 바로 드라마처럼 확 좋아진 건 아니었는데, 적어도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게 꽤 컸어요. 아픈 걸 인정하는 순간이 좀 창피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덜 외로웠달까..

지금 돌아보면 저는 증상이 심각하냐 아니냐보다, 내 일상이 계속 망가지고 있는데도 참고 있냐 이게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잠, 출근, 사람 만나는 거, 말투 이런 게 전보다 분명히 달라졌는데도 계속 버티고 있었거든요. 저는 괜히 오래 참았어요. 그 시간 아까웠고요. 비슷한 상태면 너무 재지 말고 한번 가보는 쪽이 낫더라고요. 저한텐 그랬어요.